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동시 상정과 관련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 바른미래당 의견을 들어주다 보니 원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29일 최고위원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간 연석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의 자체 공수처 법안 상정에 동의하기로 결정하자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사실상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개특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안과 우리 안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 받을 수 없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우리 안과 권은희 안을 표결에 부칠 경우 우리 안을 우선 표결할 수 있도록 야당과 협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안에 전혀 거론되지 않던 것이 있다”며 “이런 것들은 쉽게 구멍가게에서 물건 바꿔치기하듯 주고받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난색을 보였다.

바른미래당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도 나왔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여기까지 왔으니 바른미래당 안을 못 받을 것도 없지만, 과연 그렇다면 여기서 끝날 것인가”라며 “오죽하면 ‘권은희 명예회복법’이라는 말까지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공수처 법안 논의 과정에서 공수처에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바른미래당은 기소권은 제외할 것을 주장했다. 두 당이 한 걸음씩 양보해 지난 22일 여야 4당은 판·검사와 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경우에 한해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더 나아가 공수처에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 기소 권한을 더욱 분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바른미래당 안의 상정을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한 차례 더 ’양보’가 이뤄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