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안용찬을 구속하라" 목소리 높여
'가습기살균제' 애경 前대표 구속 기로…영장심사 출석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30일 가려진다.

안 전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약 한 달 만에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319호 법정에서 안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직 임원 백모·진모씨, 이마트 전 임원 홍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이날 오전 10시 28분께 법원에 도착한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하지 않고) 판매만 했다고 해서 전혀 책임이 없다고 보나",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위해성 자료를 받은 적이 없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은 안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안용찬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법정까지 뒤따라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대표는 1996∼2017년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지냈다.

애경은 안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필러물산에 하청을 줘 만들고 애경이 받아 판매한 제품이다.

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은 지난달 30일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다.

법원은 당시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 범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판매만 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제품 제조 과정에서 SK케미칼과 긴밀히 소통한 정황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애경 前대표 구속 기로…영장심사 출석
법원은 지난 17일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SK케미칼 홍지호(69)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은 2005년 제품에 라벤더 향을 추가하는 등 원료 성분 일부를 바꿀 때도 애경산업이 제품의 안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씨는 과거 애경중앙연구소장으로 제품 유해성 검증의 실무 책임자였다.

검찰은 애경산업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납품받아 판매한 이마트 수사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애경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넘겨받아 판매한 이마트 역시 안전성에 대한 주의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옛 신세계 이마트 부문 상품본부장(부사장)을 지낸 홍씨의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이마트가 2006∼2011년 판매한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등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가습기 메이트'와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는 애경 제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