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가 '부패신고 유형' 오인해 종결…법원 "이의신청 정당"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부패방지권익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많은 국민은 물론 국민권익위원회조차도 해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부패행위 신고 결과를 두고 제기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신고자가 소송까지 제기했고, 법원이 이의신청을 받아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어떻게 부패신고를 처리해야 하는지를 놓고 사법적 판단이 점차 쌓여가는 모습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씨가 권익위를 상대로 부패신고 이의신청에 대한 종결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2월 B시장 등이 청원경찰법을 위반해 필요 이상의 청원 경찰을 채용한 뒤 지방공무원이 담당해야 하는 행정 업무를 맡겨 인건비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

권익위는 해당 시의 감독기관인 도청과 도지방경찰청에 관련 신고 내용을 송부하고, 이들로부터 '청원경찰법 위반은 맞으나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아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다시 이에 대해 각 '담당 경찰관들을 중징계하고 청원 경찰 중 적정 수를 초과하는 인원은 당연퇴직시켜야 한다'며 이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이의신청이 '조사기관 이첩' 사건에 한정해 허용되는데 이 사건 신고는 '해당 공공기관 송부' 사건이라 해당하지 않으므로 종결 처리됐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A씨는 '종결 처리' 통보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권익위가 부패방지권익위법 상 이의신청 사건 유형을 잘못 해석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사항의 조사 방법을 해당 공공기관의 감독기관에서 조사하도록 하는 '조사기관 이첩'과 '검찰 고발' 등 두 가지로 규정한다"며 "시행령에는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될 경우 '종결처리'를, 이첩 또는 종결처리 대상인지 명백하지 않을 시 '해당 공공기관 송부'를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이 사건이 '조사기관 이첩'이 아닌 '해당 공공기관 송부'라며 원고의 청구를 종결했으나, '해당 공공기관 송부'는 '조사기관 이첩'이나 '종결처리'와 같은 별개의 부패행위 신고사항 처리 유형이 아니고 공공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라 그 두 가지 처리 결과에 귀결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즉, '해당 공공기관 송부'는 조사결과가 '부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어도 '종결처리' 대상으로 정해진 내용이 아니라면 '조사기관 이첩'과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조사결과를 통지받은 내용을 보면 이 사건 부패행위 신고는 '종결처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며 "따라서 '조사기관 이첩' 사건의 처리 결과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원고는 권익위에 이의신청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