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후보군에 없던 '레이와', 아베 지시로 추가로 고안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의 새 연호가 정해지기 전 '레이와'(令和)를 포함해 6개의 후보안을 새 일왕이 될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사전에 설명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전했다.

일본은 지난 1일 새 연호(年號)를 레이와로 공식 결정했는데, 이보다 사흘 전에 후보안을 왕세자에게 미리 설명했다는 것이다.
아베, 새 일왕에 레이와 등 연호 후보 사전설명…"보수파 고려"
보도에 따르면 새 연호인 레이와는 아베 총리의 지시로 일본 정부가 3월 복수의 학자에게 추가 고안을 요청,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가 같은 달 하순 추가 제출한 후보안이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월 말 실무급이 압축한 10여개안에 대해 첫 보고를 받았지만, 복수의 학자에게 추가로 고안을 의뢰할 것을 지시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아베 총리가 3월 28일 총리관저 간부 등과의 협의에서 레이와를 포함 6개를 후보안으로 정했고 다음날 나루히토 왕세자를 일대일로 만나 이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1일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각의(국무회의)에서 새 연호로 레이와를 선정했다.

아베 총리가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6개 후보안을 사전 설명한 것은 보수단체인 '일본회의' 등 보수파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배려'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아베, 새 일왕에 레이와 등 연호 후보 사전설명…"보수파 고려"
일본 정부가 5월 새 일왕의 즉위를 한 달 앞두고 연호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일본회의 등 보수파는 새 일왕이 공포할 것을 요구하며 반발한 바 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작년 12월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 등 보수 계열 의원들을 관저에 비밀리에 불러 정부 방침을 설명하며 이를 받아들일 것을 설득했다.

이에 에토 보좌관 등은 그 조건으로 왕세자에게 연호 후보안을 사전 설명하는 것을 제시했다고 아사히는 전해다.

현행 일본 헌법 4조는 일왕의 국정 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나루히토 왕세자가 아직 즉위하지 않은 상황인 가운데 내각법제국 간부는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만 보고하는 것이라면 헌법상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고 신문에 말했다.

그러나 다카미 가쓰토시(高見勝利·헌법학) 조치(上智)대 명예교수는 왕세자에 대한 사전설명은 연호 제정을 일왕으로부터 분리한 연호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다카미 교수는 헌법 4조는 정치 분야에서 일왕의 권리를 이용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며 "특정의 정권 지지층을 의식한 총리의 행위는 왕세자의 의견을 요청했는지에 관계없이 '새 일왕의 정치적 이용'에 해당해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