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위한 아키히토, 방한할까?…"아들에 부담, 실현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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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연 강조하고 전몰자 위령비 방문…퇴위로 헌법의 직접 제약 벗어나
"현실성 없어" 일본내 관측 많아…'문제 단번에 해결' 과한 기대감 경계 목소리도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퇴위하며 일왕 재위 중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던 그가 한국을 방문할지 주목된다.
퇴위로 '상왕'(上皇·조코)의 자리로 내려온 그는 지난 2001년 12월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이후에도 2005년에는 사이판을 방문해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깜짝 참배했고, 2007년에는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다가 숨진 의인 이수현 씨 추모영화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2012년에는 그가 '왕비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일본 매체 보도도 있었다.
2017년에는 고구려 왕족을 모시는 사이타마(埼玉)현의 고마(高麗·'고구려'라는 뜻)신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일왕 재위 중 일본 국내와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위령'의 행보를 펼쳤음에도 한국은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의 한국 방문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헌법에 따라 일왕은 국정에 대한 권한을 전혀 갖지 않는데(4조), 퇴위함에 따라 일단은 이런 헌법의 직접적인 제한에서 벗어나게 된 것 역시 방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극히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왕은 물론 왕족의 정치 활동을 금기시하는 일본의 현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기대라는 것이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靜岡)현립대(국제관계학) 교수는 "한일 관계가 꽉 막힌 가운데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방한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천황'은 물론 '황족'에게도 정치적 행위가 금기라는 점에서 아키히토 조코의 방한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퇴위를 했지만 아들이나 정부에 정치적인 부담을 주는 행동은 자제할 것"이라며 "방한을 한다면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천황'이 아니더라도 '황족'이 정치적인 언동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방한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루히토 일왕의 한국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약 방한이 결정되면 일본 국내에서 찬반양론이 일어날 것인데,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것이 뻔하다"며 "'천황'이 국내 여론이 양분되는 상황에서 행동(방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를 연구하는 일본 학자들은 그동안 한국 정치인들이 했던 일왕 관련 발언이 오히려 일왕의 방한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일왕의 방한 얘기를 하며 사죄까지 함께 언급한 것이 일본 내 극우들의 반발을 들끓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12년 8월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면서 "'통석의 념' 뭐가 어쩌고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올 필요 없다"고 강경 발언을 한 바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지난 2월 외신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아키히토 전 일왕이나 나루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혹시나 과격 시위 등의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섣부른 방한 추진이 엉킨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키히토 전 일왕이나 나루히토 일왕의 방한으로 양국간 얽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과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들의 한마디로 위안부나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가 단번에 끝이 날 것이라는 사고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에도 어긋난다.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대학원(철학) 교수는 "많은 문제가 일왕의 사과로 전부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이것만으로 피해자들이 모두 납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현실성 없어" 일본내 관측 많아…'문제 단번에 해결' 과한 기대감 경계 목소리도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퇴위하며 일왕 재위 중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던 그가 한국을 방문할지 주목된다.
퇴위로 '상왕'(上皇·조코)의 자리로 내려온 그는 지난 2001년 12월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이후에도 2005년에는 사이판을 방문해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깜짝 참배했고, 2007년에는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다가 숨진 의인 이수현 씨 추모영화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2012년에는 그가 '왕비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일본 매체 보도도 있었다.
2017년에는 고구려 왕족을 모시는 사이타마(埼玉)현의 고마(高麗·'고구려'라는 뜻)신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일왕 재위 중 일본 국내와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위령'의 행보를 펼쳤음에도 한국은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의 한국 방문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헌법에 따라 일왕은 국정에 대한 권한을 전혀 갖지 않는데(4조), 퇴위함에 따라 일단은 이런 헌법의 직접적인 제한에서 벗어나게 된 것 역시 방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극히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왕은 물론 왕족의 정치 활동을 금기시하는 일본의 현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기대라는 것이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靜岡)현립대(국제관계학) 교수는 "한일 관계가 꽉 막힌 가운데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방한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천황'은 물론 '황족'에게도 정치적 행위가 금기라는 점에서 아키히토 조코의 방한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퇴위를 했지만 아들이나 정부에 정치적인 부담을 주는 행동은 자제할 것"이라며 "방한을 한다면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천황'이 아니더라도 '황족'이 정치적인 언동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방한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루히토 일왕의 한국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약 방한이 결정되면 일본 국내에서 찬반양론이 일어날 것인데,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것이 뻔하다"며 "'천황'이 국내 여론이 양분되는 상황에서 행동(방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를 연구하는 일본 학자들은 그동안 한국 정치인들이 했던 일왕 관련 발언이 오히려 일왕의 방한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일왕의 방한 얘기를 하며 사죄까지 함께 언급한 것이 일본 내 극우들의 반발을 들끓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12년 8월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면서 "'통석의 념' 뭐가 어쩌고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올 필요 없다"고 강경 발언을 한 바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지난 2월 외신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아키히토 전 일왕이나 나루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혹시나 과격 시위 등의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섣부른 방한 추진이 엉킨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키히토 전 일왕이나 나루히토 일왕의 방한으로 양국간 얽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과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들의 한마디로 위안부나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가 단번에 끝이 날 것이라는 사고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에도 어긋난다.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대학원(철학) 교수는 "많은 문제가 일왕의 사과로 전부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이것만으로 피해자들이 모두 납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