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디바' 되살린 대구오페라하우스
오는 10월 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조명이 켜지면 1977년 우리 곁을 떠난 마리아 칼라스를 디지털로 재현한 장치(디지털액터)가 무대 중앙에 등장한다. 국내 최정상급 성악가 소프라노 A씨가 생전 그녀를 대표한 곡인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른다. 관객의 환성과 뜨거운 박수가 이어지자 무대 중앙에서 이들을 응시하던 칼라스는 특유의 표정으로 감사를 표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해 90분간 공연할 ‘카멜레온 오페라’의 한 장면이다.

'전설의 디바' 되살린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대표 배선주)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융복합콘텐츠 시연 지원사업에 선정돼 1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카멜레온 오페라’를 제작한다고 1일 발표했다. 김수정 오페라하우스 홍보팀장은 “카멜레온 오페라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보유한 ‘카멜레온 서피스(chameleon surface)’라는 문화콘텐츠 기술을 활용해 구현하는 오페라”라고 말했다.

카멜레온 서피스는 400개 이상의 선형 구동장치(액추에이터)를 사용해 칼라스의 부조(반입체) 형태 면(얼굴)을 제작한다. 특수소재를 입힌 표면에 프로젝트를 투사해 깊이감과 입체적 영상 효과를 더한 모션 영상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객석의 환호와 박수에 따라 칼라스의 표정을 변하게 하는 키네틱 아트가 더해진다. 이날 공연에는 칼라스 외에 엔리코 카루소(테너)와 피에로 카푸칠리(바리톤) 등 세계 성악가들의 우상도 영상으로 함께 등장한다.

'전설의 디바' 되살린 대구오페라하우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융복합 콘텐츠 시연 지원사업에는 국내 47개 기관이 신청해 10개 기관이 선정됐다. 클래식 공연예술기관으로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문화기술(CT)을 활용해 오페라 가수 칼라스 등을 재현하는 콘서트를 제안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문화기술그룹이 기술 협력을 한다. 싸이 등 세계적 대중가수의 초대형 무대미술을 담당하는 유잠스튜디오가 멀티미디어 연출을 맡는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달부터 오페라 제작을 시작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끝난 직후인 10월 25~26일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와 푸치니의 토스카 갈라콘서트를 공연한다.

순수예술기관인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특수층에만 한정된 오페라 관객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로봇 오페라를 제작하는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기획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번 공연 역시 오페라하우스 홍보를 담당하는 교육홍보팀이 주도해 이뤄낸 성과다.

배선주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순수공연예술인 오페라에 새로운 문화콘텐츠 기술을 적용해 오페라 본연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살리면 오페라 관객 저변을 확대하고 새로운 형태의 오페라를 세계로 수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