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가 무순위 청약 뒤에도 잔여 물량 100가구를 남겼다. 주택경기 침체와 고분양가 탓에 무순위 청약에 나선 이들이 계약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제역 해링턴, 무순위 청약서도 '참패'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실시한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 무순위 청약(174가구)에서 100가구가 미계약됐다. 전체 일반분양 물량 대비 24% 수준이다. 이 단지는 정당계약에서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하자 무순위 청약을 했다. 전용면적별 미계약 물량은 48㎡ 5가구, 59㎡A 13가구, 59㎡D 1가구, 84㎡A 23가구, 84㎡B 35가구, 84㎡C 21가구, 114㎡A 2가구 등이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비교적 높았다. 미계약분 174가구 모집에 5835명이 몰려 평균 33.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48㎡ 주택형은 7가구 모집에 914명이 신청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은 2가구에 그쳤다. 미계약분 18가구를 남긴 59㎡A는 3가구만 주인을 찾았다.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물량을 불특정 다수에게 분양하는 제도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다. 유주택자와 비세대주도 청약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슷한 데다 초기 자금조달 부담도 커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했다고 분석했다. 분양가격이 8억8000만원(저층 제외)인 전용 84㎡는 계약금(20%)과 중도금 일부(20%)인 3억5000만원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규제와 고분양가 탓에 서울에서도 미계약이나 미분양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