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높이려 형식·절차 파괴
현대차에 등장한 ‘라운드테이블 미팅’ 모습이다. 회의실에 테이블을 없애고 의자만 놓아 ‘노 테이블 미팅’으로도 불린다. 지난 1월 처음 열린 뒤 지난달 말 두 번째로 열렸다. 정기 임원회의와 달리 이 모임엔 특별한 안건도 없다. ‘어떤 차를 팔 것인가’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등 업(業)의 본질과 관련한 질문과 토론이 차담회(茶談會) 형식으로 자유롭게 이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작년 9월 그룹 경영을 도맡은 뒤 기업문화 혁신 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요즘 재계에선 기업 문화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수평적인 소통 구조를 갖추고 불필요한 형식과 절차를 파괴해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실용주의적인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매달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LG포럼’이 대표적이다. 매년 네 차례 개최하던 분기별 임원 세미나를 중단하고 이를 월례 포럼으로 전환했다.
직원들 사이에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급과 호칭을 단순화하는 기업들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1월부터 기술사무직 전 직원의 호칭을 TL로 통일했다. TL은 ‘기술 리더(테크니컬 리더)’와 ‘재능있는 리더(탤런티드 리더)’의 중의적 표현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그룹 다른 전자 계열사도 3월부터 직급체계를 ‘커리어 레벨(CL) 1~4단계’로 통합하고 직원 간 호칭을 ‘프로’로 바꿔 부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6단계였던 임원 직급을 4단계(상무-전무-부사장-사장)로 축소했다. 매년 말 하던 정기 임원인사를 없애고 수시인사로 대체했다.
복장 자율화는 이미 대세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 근무를 도입했다. 현대차, LG전자, 금호아시아나 등은 자율복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에선 분홍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상무, LG전자에선 라운드 티 차림의 부사장도 볼 수 있다.
장창민/도병욱/박상용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