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화재로 ESS산업 성장 '올스톱'…업계 피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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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재가동하나" 업계 볼멘소리에 정부 조사 진행상황 설명
내달 초 화재원인·안전대책·생태계 육성방안 동시 발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여겨졌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은 지난해 5월 경북 경산을 시작으로 잇달아 '원인 불명' 화재가 발생하면서 완전히 멈춰섰다.
주요 ESS 업체의 1분기 실적은 고꾸라졌고 관련 중견·중소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ESS 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의 중간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산업부는 다음 달 초 정확한 화재 원인과 함께 안전대책, ESS 산업 생태계 육성방안을 동시에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피해가 커질 대로 커진 ESS 산업이 얼마나 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새로운 먹거리 'ESS' '원인 불명' 화재로 몸살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다.
밤이나 바람이 없는 날 등 태양광과 풍력이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꼭 필요하다.
국내 ESS 시장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발맞춰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 전 세계 ESS 설치용량을 살펴볼 때 미국이 452.6MWh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142.4MWh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ESS가 설치된 국가로 집계됐다.
산업부가 집계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ESS 설치량은 1.8GWh로 전년 동기(89MWh)보다 20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기조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업계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ESS 산업은 화재로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5월 경북 경산시, 7월 21일 경남 거창군, 11월 경북 문경시, 12월 강원 삼척시 등의 ESS 시설에서 잇따라 불이 났다. 지난해 5월 2일부터 지난 1월 22일까지 발생한 ESS 화재사고는 21건에 달한다.
9개월간 한 달에 약 두 번꼴로 화재가 일어난 셈이다.
ESS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전국 1천300개 사업장에 대한 안점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말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ESS에 대한 가동중단을 요청했고, 지난 1월 22일에는 민간사업장에도 별도의 전용 건물이 설치되지 않았을 경우 원칙적으로 가동을 중단해달라고 권고했다.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1월 3일 전기, 배터리, 소방 등 분야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조사위는 사고현장 조사·분석 결과를 토대로 21건의 사고를 유형화했고, 업계 의견을 반영해 ESS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실증 시험을 시행 중이다.
산업부는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화재 원인을 모사한 고장·정읍 실증시험장에서 실제 화재사고와 유사한 상황이 관측되는 등 진척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적 충격에 의한 구성품 또는 시스템 고장, 설계·운영상의 문제점, 결로나 먼지 등 열악한 운영환경 등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ESS는 화재 시 전소하는 특성이 있고 다수의 기업과 제품이 관련돼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규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시험·실증을 조속히 완료해 6월 초 조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업계 피해 '눈덩이'…소생 가능할까
ESS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ESS에 대한 투자를 늘렸던 업계는 화재 후 시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ESS 시설 1천490곳 중 35.0%에 해당하는 522개가 가동을 멈춘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제조사의 자체 가동중단 조치로 765개 사업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ESS 신규 설치 발주는 사실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SS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주요 대기업은 올해 1분기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삼성SDI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1천2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대형 전지사업 부문에서 국내 ESS 수요가 부진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LG화학은 1분기 전지사업 부문에서 계절적 요인과 함께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냈다.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 출하 전면 중단에 따른 손실 400억원 등 ESS 관련 기회손실이 1분기에만 1천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LS산전도 1분기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3%나 감소했는데, ESS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융합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마저도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업체는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화재조사가 늦어지는 데 대한 볼멘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화재 원인과 안전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공장을 재가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이번에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업계의 힘든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여겨진다.
한 ESS 관련 기업 관계자는 "국민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 작업은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장기간 산업 자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한국 ESS 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핵심산업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게 화재조사 결과 발표 시 산업경쟁력 강화와 보급 활성화 지원 방안을 함께 내놓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내달 초 화재원인·안전대책·생태계 육성방안 동시 발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여겨졌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은 지난해 5월 경북 경산을 시작으로 잇달아 '원인 불명' 화재가 발생하면서 완전히 멈춰섰다.
주요 ESS 업체의 1분기 실적은 고꾸라졌고 관련 중견·중소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ESS 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의 중간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산업부는 다음 달 초 정확한 화재 원인과 함께 안전대책, ESS 산업 생태계 육성방안을 동시에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피해가 커질 대로 커진 ESS 산업이 얼마나 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새로운 먹거리 'ESS' '원인 불명' 화재로 몸살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다.
밤이나 바람이 없는 날 등 태양광과 풍력이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꼭 필요하다.
국내 ESS 시장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발맞춰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 전 세계 ESS 설치용량을 살펴볼 때 미국이 452.6MWh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142.4MWh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ESS가 설치된 국가로 집계됐다.
산업부가 집계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ESS 설치량은 1.8GWh로 전년 동기(89MWh)보다 20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기조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업계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ESS 산업은 화재로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5월 경북 경산시, 7월 21일 경남 거창군, 11월 경북 문경시, 12월 강원 삼척시 등의 ESS 시설에서 잇따라 불이 났다. 지난해 5월 2일부터 지난 1월 22일까지 발생한 ESS 화재사고는 21건에 달한다.
9개월간 한 달에 약 두 번꼴로 화재가 일어난 셈이다.
ESS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전국 1천300개 사업장에 대한 안점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말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ESS에 대한 가동중단을 요청했고, 지난 1월 22일에는 민간사업장에도 별도의 전용 건물이 설치되지 않았을 경우 원칙적으로 가동을 중단해달라고 권고했다.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1월 3일 전기, 배터리, 소방 등 분야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조사위는 사고현장 조사·분석 결과를 토대로 21건의 사고를 유형화했고, 업계 의견을 반영해 ESS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실증 시험을 시행 중이다.
산업부는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화재 원인을 모사한 고장·정읍 실증시험장에서 실제 화재사고와 유사한 상황이 관측되는 등 진척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적 충격에 의한 구성품 또는 시스템 고장, 설계·운영상의 문제점, 결로나 먼지 등 열악한 운영환경 등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ESS는 화재 시 전소하는 특성이 있고 다수의 기업과 제품이 관련돼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규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시험·실증을 조속히 완료해 6월 초 조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업계 피해 '눈덩이'…소생 가능할까
ESS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ESS에 대한 투자를 늘렸던 업계는 화재 후 시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ESS 시설 1천490곳 중 35.0%에 해당하는 522개가 가동을 멈춘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제조사의 자체 가동중단 조치로 765개 사업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ESS 신규 설치 발주는 사실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SS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주요 대기업은 올해 1분기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삼성SDI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1천2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대형 전지사업 부문에서 국내 ESS 수요가 부진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LG화학은 1분기 전지사업 부문에서 계절적 요인과 함께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냈다.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 출하 전면 중단에 따른 손실 400억원 등 ESS 관련 기회손실이 1분기에만 1천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LS산전도 1분기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3%나 감소했는데, ESS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융합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마저도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업체는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화재조사가 늦어지는 데 대한 볼멘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화재 원인과 안전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공장을 재가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이번에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업계의 힘든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여겨진다.
한 ESS 관련 기업 관계자는 "국민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 작업은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장기간 산업 자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한국 ESS 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핵심산업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게 화재조사 결과 발표 시 산업경쟁력 강화와 보급 활성화 지원 방안을 함께 내놓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