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애호가가 만든 '고기 없는 고기', 한 입 베어 먹고 후원자 된 빌 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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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던 브라운 채식고기 '비욘드미트' 창업자 겸 CEO
"이 버거가 푸드테크의 미래"
2009년 설립한 스타트업
나스닥 상장 땐 기업가치 1조 넘어
"이 버거가 푸드테크의 미래"
2009년 설립한 스타트업
나스닥 상장 땐 기업가치 1조 넘어
“비욘드미트는 고기를 먹는 더 좋은 방법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먹는 고기와 살아 있는 동물을 분리하려고 합니다.”
비욘드미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던 브라운의 포부다. 비욘드미트는 콩 등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육류 대체 식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됐다.
브라운 CEO는 동물 애호가이자 채식주의자다. 그는 고기 가공을 위해 동물을 대량 도축하는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렇다고 인간들이 오랜 식습관을 바꿔 고기를 먹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식습관을 바꿀 수 있는 대체 식품을 선보이게 된 계기다.
그의 도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진짜 닭고기 질감과 똑같다” “소고기 패티보다 맛있다”는 소비자 반응이 쏟아지면서 회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회사) 기업으로, 연내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진짜 닭고기와 질감까지 유사
브라운 CEO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주말마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농장을 찾았다. 그는 여기에서 일했던 경험이 회사를 설립한 동력이었다고 꼽는다. 그는 “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덕분에 동물과 관련된 농축산업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희생되는 것을 눈앞에서 봤다. 이를 계기로 식탁에 올리는 ‘단백질 공급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브라운 CEO는 “나 스스로 동물 복지 차원에서 채식할 순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인공 고기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실험실에서 배양육을 만드는 방법과 식물 유래 단백질로 동물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을 제조하는 길이 있다. 브라운 CEO는 후자를 택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두 번째 방식을 더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시장 규모를 키우기에도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비욘드미트가 처음 도전한 건 닭고기 대체품이었다. 미국 미주리대 연구진 두 명과 함께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콩, 이스트 등 대만에서 수입한 식물성 단백질만 100% 사용해 닭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치킨스트립’을 내놨다.
2014년 위기도 있었다. 비욘드미트는 미 유기농 식료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에 치킨샐러드를 공급하던 중 리콜 사태를 겪었다. 홀푸드마켓이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치킨 샐러드와 일반 치킨 샐러드를 구분 없이 같은 코너에서 판매한 게 문제였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게 리콜 이유였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됐다. 리콜 덕분에 비욘드미트의 가공 닭고기가 진짜 닭고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리콜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치킨에 큰 관심을 보였다.
브라운 CEO는 후속작으로 ‘비욘드 버거’를 출시했다. 완두콩 단백질을 활용한 햄버거 패티를 넣은 제품이다. 비욘드 버거는 출시 한 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체 육류회사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미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비욘드미트 지분 5%를 사들이기도 했다.
빌 게이츠·디카프리오도 투자
비욘드미트는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을 후원자로 두고 있다. 푸드테크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한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돈 톰프슨 맥도날드 전 CEO 등이 대표적이다. 비욘드미트의 최대 주주는 벤처캐피털 회사인 클라이너퍼킨스(KPCB)로 15.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에브 윌리엄스가 속한 어비어스 벤처도 지분 9%를 가지고 있다.
빌 게이츠는 비욘드미트의 제품을 맛보고 깜짝 놀랐다는 경험담을 블로그에 남기기도 했다. 그는 “내가 쉽게 속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짜 닭고기의 맛과 질감이었다”며 “대체 육류가 아닌 음식의 미래를 경험했다”고 극찬했다.
2011년 비욘드미트에 처음 투자했던 벤처캐피털리스트 레이 레인도 “치킨스트립을 입에 넣고 15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매출 8790만달러와 순손실 2990만달러를 냈다. 매출은 전년(326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제품 연구개발(R&D)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어 흑자를 거두진 못했다.
비욘드미트는 미국 1만9000개의 소매점과 레스토랑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비욘드버거’는 5000여 개의 식료품점을 비롯해 4000개 이상의 호텔과 학교 카페테리아의 메뉴로 자리 잡았다.
나스닥 상장 신청…시총 1조 넘을 듯
비욘드미트는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나스닥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비욘드미트는 875만 주를 주당 19~21달러에 발행할 계획이다. 주식 공모 목표액은 1억8400만달러(2100억원)라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 상단인 주당 21달러에 발행될 경우 비욘드미트의 기업가치는 12억달러(약 1조3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체 육류산업 부문에서 여러 기업들이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비욘드미트도 IPO 시기를 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전 세계 대체 육류 시장 규모가 지난해 46억달러에서 2023년 6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비욘드미트의 주요 경쟁자인 임파서블 푸드는 햄버거 체인 버거킹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부 지역에서 ‘고기 없는 와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욘드미트도 패스트푸드 업체 델 타코와 함께 ‘고기 없는 타코’를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브라운 CEO는 “맥도날드는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며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에도 비욘드버거를 판매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비욘드미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던 브라운의 포부다. 비욘드미트는 콩 등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육류 대체 식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됐다.
브라운 CEO는 동물 애호가이자 채식주의자다. 그는 고기 가공을 위해 동물을 대량 도축하는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렇다고 인간들이 오랜 식습관을 바꿔 고기를 먹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식습관을 바꿀 수 있는 대체 식품을 선보이게 된 계기다.
그의 도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진짜 닭고기 질감과 똑같다” “소고기 패티보다 맛있다”는 소비자 반응이 쏟아지면서 회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회사) 기업으로, 연내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진짜 닭고기와 질감까지 유사
브라운 CEO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주말마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농장을 찾았다. 그는 여기에서 일했던 경험이 회사를 설립한 동력이었다고 꼽는다. 그는 “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덕분에 동물과 관련된 농축산업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희생되는 것을 눈앞에서 봤다. 이를 계기로 식탁에 올리는 ‘단백질 공급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브라운 CEO는 “나 스스로 동물 복지 차원에서 채식할 순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인공 고기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실험실에서 배양육을 만드는 방법과 식물 유래 단백질로 동물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을 제조하는 길이 있다. 브라운 CEO는 후자를 택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두 번째 방식을 더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시장 규모를 키우기에도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비욘드미트가 처음 도전한 건 닭고기 대체품이었다. 미국 미주리대 연구진 두 명과 함께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콩, 이스트 등 대만에서 수입한 식물성 단백질만 100% 사용해 닭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치킨스트립’을 내놨다.
2014년 위기도 있었다. 비욘드미트는 미 유기농 식료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에 치킨샐러드를 공급하던 중 리콜 사태를 겪었다. 홀푸드마켓이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치킨 샐러드와 일반 치킨 샐러드를 구분 없이 같은 코너에서 판매한 게 문제였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게 리콜 이유였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됐다. 리콜 덕분에 비욘드미트의 가공 닭고기가 진짜 닭고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리콜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치킨에 큰 관심을 보였다.
브라운 CEO는 후속작으로 ‘비욘드 버거’를 출시했다. 완두콩 단백질을 활용한 햄버거 패티를 넣은 제품이다. 비욘드 버거는 출시 한 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체 육류회사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미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비욘드미트 지분 5%를 사들이기도 했다.
빌 게이츠·디카프리오도 투자
비욘드미트는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을 후원자로 두고 있다. 푸드테크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한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돈 톰프슨 맥도날드 전 CEO 등이 대표적이다. 비욘드미트의 최대 주주는 벤처캐피털 회사인 클라이너퍼킨스(KPCB)로 15.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에브 윌리엄스가 속한 어비어스 벤처도 지분 9%를 가지고 있다.
빌 게이츠는 비욘드미트의 제품을 맛보고 깜짝 놀랐다는 경험담을 블로그에 남기기도 했다. 그는 “내가 쉽게 속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짜 닭고기의 맛과 질감이었다”며 “대체 육류가 아닌 음식의 미래를 경험했다”고 극찬했다.
2011년 비욘드미트에 처음 투자했던 벤처캐피털리스트 레이 레인도 “치킨스트립을 입에 넣고 15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매출 8790만달러와 순손실 2990만달러를 냈다. 매출은 전년(326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제품 연구개발(R&D)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어 흑자를 거두진 못했다.
비욘드미트는 미국 1만9000개의 소매점과 레스토랑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비욘드버거’는 5000여 개의 식료품점을 비롯해 4000개 이상의 호텔과 학교 카페테리아의 메뉴로 자리 잡았다.
나스닥 상장 신청…시총 1조 넘을 듯
비욘드미트는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나스닥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비욘드미트는 875만 주를 주당 19~21달러에 발행할 계획이다. 주식 공모 목표액은 1억8400만달러(2100억원)라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 상단인 주당 21달러에 발행될 경우 비욘드미트의 기업가치는 12억달러(약 1조3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체 육류산업 부문에서 여러 기업들이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비욘드미트도 IPO 시기를 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전 세계 대체 육류 시장 규모가 지난해 46억달러에서 2023년 6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비욘드미트의 주요 경쟁자인 임파서블 푸드는 햄버거 체인 버거킹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부 지역에서 ‘고기 없는 와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욘드미트도 패스트푸드 업체 델 타코와 함께 ‘고기 없는 타코’를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브라운 CEO는 “맥도날드는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며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에도 비욘드버거를 판매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