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율 상승세…"공격지점 찾기 어렵고 지지층 겹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가 20명을 넘나드는 민주당 후보들에 대해 괜히 몸값을 키워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언급이나 대응을 대체로 자제하는 무시전략을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서는 독설과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민주 주자 무시전략' 트럼프, 바이든에겐 연일 견제구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보스턴 헤럴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그는 졸린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졸리고 생기없는'의 뜻인 sleepy라는 단어를 써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붙인 '슬리피 조(sleepy Joe)' 별칭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는 버니만큼 똑똑하지 않고 빠르지도 않다"며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 의원과 비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하루에만 50개가 넘는 트윗과 리트윗을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맹공을 가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지난달 25일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샌더스 의원도 민주당의 양강 주자로 평가받지만 공격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집중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출마 선언 당일 "성공적으로 (민주당) 예비선거를 치를 지능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비꼬았고, 이튿날에는 "내가 제일 젊고 활력이 넘친다"며 76세인 바이든 전 대통령의 나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럼프는 미국 전체를 대표하지 않기로 한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반격에 나서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를 패러디한 '미국을 다시 도덕적으로'(Make America Moral Again)라는 슬로건을 내밀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민주 주자 무시전략' 트럼프, 바이든에겐 연일 견제구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 공략은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CNN방송이 지난달 25~28일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원과 민주당 성향 응답자(411명) 가운데 39%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했다고 답했다.

이는 한 달 전 여론조사 지지율(28%)보다 11%포인트 오른 것이자, 2위인 샌더스 의원(15%)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주자들을 공격해온 '극단적 좌파', '사회주의자' 프레임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 측의 고민 지점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의료개혁이나 기후변화, 교육 등 주된 정책에 대해 진보적 색채를 강조하는 다른 민주당 주자들에 비해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성난 사회주의자'로 묶어 비판하고 싶어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재선 전략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며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으로 여겨지던 러스트벨트 지역을 돌며 유세를 하고 자신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던 조직의 지지 선언을 끌어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부담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AP통신은 지난주 국제소방관협회(IAFF)가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내야 할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할 수 있다고 위협한 선언이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 2명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을 내년 대선의 강한 경쟁자로 보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다른 민주당 주자들에 대한 공격을 미루는 것과 달리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그를 뒤쫓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