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맡은 김성근 교수 "사회문제 해결하는 독창적인 연구에 지원"
“연구를 평가하는 기준은 성공이나 실패가 아닙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는 연구가 가치 있는 연구입니다.”

지난달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신임이사장으로 선임된 김성근 서울대 화학부 교수(62·사진)는 “자주 쓰는 ‘연구 실패를 용인한다’는 표현에는 연구를 성공과 실패라는 잣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숨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구는 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며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가치 있는 연구”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꾸준히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세 개 분야에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공익적인 기술혁신 지원 활동이다. 2013년 8월 이후 현재까지 517개 연구 과제에 총 6667억원을 지원했다. 올 상반기에는 총 44개의 연구 과제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환경오염, 난치병 극복 등 공익을 위한 과제를 포함한 게 특징이다.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입 주변과 성대 근육 움직임을 측정하는 센서와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유기준 연세대 교수팀이 대표적이다. 김 이사장은 “‘창의성’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과제도 적극 포함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국양 서울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출범한 2013년부터 이사로 참여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는 “일반적인 연구과제 평가는 반나절 안에 마쳐야 하는 과제만 수십 개에 달해 기존 연구 업적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미래기술육성사업은 1단계에서 블라인드 검토를 거치고 2단계에서 과제당 1시간가량 쌍방향 토론식 평가를 시도해 탈락한 연구진에도 건설적인 피드백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개발(R&D) 예산 20조원 시대를 맞아 기초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통해 R&D와 경제발전을 모두 달성한 대표적인 국가”라며 “이제는 눈앞의 경제적인 성과를 넘어 기초연구 분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2006년 교육부가 선정한 제1회 국가석학이며 영국왕립화학회 펠로, 유명 국제학술지 이사를 맡을 정도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다. 그는 “6년간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하면서 건설적인 비판과 비평이 학계 안에 생기고 있다”며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