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14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던 증시는 월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5월의 첫 거래일인 2일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2200선에 머무르고 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고 1분기 기업 실적도 전망치를 밑돌면서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면세점 등 실적 개선 기대가 큰 업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실적 개선 기대감 큰 '면·화·차' 선별투자를
실적 부진에 비싸진 코스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기업 실적 하향세가 증시를 억누르는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3조4700억원으로 3개월 전(28조8200억원)보다 18.5%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7.7% 급감했다.

특히 정보기술(IT)부문의 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IT 섹터 영업이익은 49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90조5000억원에 비해 45.1%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가치 하락도 증시에 부정적이다. 환차손 위험을 높여 외국인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달러당 1133원70전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65원70전에 마감했다. 한 달 만에 2.8% 올랐다. 원화가치는 거꾸로 그만큼 떨어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1분기 성장률 쇼크 여파로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산업의 어려움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로존 경기회복세 주목해야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 센터장은 “1분기 -8%까지 떨어졌던 수출 감소폭이 지난달 -2%로 줄어든 것은 고무적”이라며 “경제지표가 더 나빠지지 않으면 반등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을 저점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왔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9, 2015년 등 증시가 턴어라운드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했다.

다만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들이 있긴 하다. 이달 말로 예정된 MSCI 신흥국지수의 중국 A주 편입 비중 확대가 대표적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크게 빠지진 않겠지만 수급 문제로 크게 오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경기회복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미국 경기는 완만하게 둔화되고 중국은 회복되는 가운데 유럽 경기가 반등한다면 글로벌 거시 환경이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유로화 강세에 따른 달러 약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면세점·자동차에 주목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부양책에 따른 효과를 볼 수 있는 화장품, 면세점, 자동차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윤 센터장은 “중국 부양책의 핵심은 내수 활성화”라며 “투자가 늘어나야 혜택을 볼 수 있는 소재, 산업재보다는 소비재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통신, 건설, 금융업종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 센터장은 “5G(5세대) 통신 상용화 기대로 통신 관련 종목이 지나치게 올랐다”며 “요금 경쟁이 본격화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는 통신주보다는 5G 관련 장비, 부품 업체들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