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거센 항의·생수 투척
黃대표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전국 순회 장외 집회를 열었다. 전날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서 차례로 집회를 열며 ‘경부선 장외 투쟁’을 벌인 황 대표는 이날 호남선에 올라탔다. 광주송정역과 전북 전주역에서 집회를 연 뒤 서울로 돌아온다는 계획이었다.
이날 광주송정역에서 시작한 ‘호남선 장외 투쟁’은 행사 전부터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집회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30분이 가까워지면서 무대가 설치된 역 광장은 광주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 단체는 운동권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튼 채 ‘적폐 정당 박살 내자’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 때문에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초 집회를 열기로 한 광장에서 벗어나 인도 한쪽에서 ‘문재인 STOP(멈춤), 전남 시·도민이 심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채 행사를 시작해야 했다.
황 대표는 마이크를 잡은 뒤 “당원 여러분, 말씀 들어주세요”라고 연설을 시작했으나 시민들의 “물러가라” 구호가 워낙 커 연설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는 조경태, 신보라 최고위원의 연설 후 다시 마이크를 잡고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려 한다”며 “15만 명의 경찰과 2만 명의 검찰이 있는데 도대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왜 필요하느냐”고 했다. 또 “우리는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장외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 항의와 고성은 점점 커졌고, 연설을 마친 황 대표가 역 대합실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막아 20여 분간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당이 미리 준비한 ‘문재인 정부 규탄’ 홍보물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황 대표는 역무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5·18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을 피해 전주행 열차를 탔다. 그는 플랫폼에서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광주 시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