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세종 등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A형 간염 환자가 늘고 있다. 올해 A형 간염 환자는 3888명으로 지난해 감염자(2437명)를 넘어섰다. 지역별 인구 대비 환자를 보면 대전이 10만 명당 4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세종 33.7명, 충북 16.3명, 충남 15.5명으로 충청 지역에 특히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충청도의 특정 시·군·구에서만 유행했다면 식당이나 지하수 등에 문제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겠지만 넓은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이유로 A형 간염에 감염될 수 있는 데다 잠복기도 평균 28일로 비교적 긴 질환이기 때문에 원인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손만 잘 씻어도 괜찮다는데…A형 간염, 유독 2040 환자 많은 이유는
집단 발생 위험 큰 1군 감염병

A형 간염은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마시는 물이나 식품 등으로 전파되고 집단 발생 위험이 커 1군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바이러스가 장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간 뒤 간 세포 안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염은 원인에 따라 바이러스성 간염과 비(非)바이러스성 간염으로 구분된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종류에 따라 A형부터 E형까지 다섯 종류로 나뉜다. A형 간염은 혈액형이 A형인 사람만 감염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A형·B형 등의 구분은 발견된 순서에 따라 붙여진 알파벳일 뿐 혈액형과는 상관없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대변 등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 오염된 손에 닿아 옮기거나 오염된 지하수 등을 마시면 감염될 위험이 크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으로 익히지 않은 음식을 한 뒤 이를 먹어 감염되기도 한다. 감염된 환자의 혈액을 수혈받거나 의료진 등이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다가 혈액에 직접 닿았을 때도 감염될 위험이 있다. 성관계 등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평균 잠복기는 28일이다. 잠복기가 지난 뒤 열이 나고 식욕이 줄어드는 등 감기 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구토 복부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도 흔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황달, 피로, 검은색 소변, 복통 등 심한 증상을 호소한다. 나이 많은 환자는 70% 이상이 황달 증상을 호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사망률은 0.1~0.3%로 비교적 낮은데 50세 이상 사망률은 1.8%로 평균보다 좀 더 높다. 반면 6세 미만 소아가 감염되면 70% 정도가 증상 없이 지나간다. 어린아이들 중 황달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은 10% 정도다. 이 때문에 어릴 때 자신도 모르게 A형 간염을 앓고 지나간 뒤 면역력이 생긴 사람도 있다.

면역력 좋은 세대 환자가 많아

A형 간염은 대개 어릴수록 증상이 약하기 때문에 ‘위생의 역설’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위생의 역설은 지나치게 위생적이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노출되지 않아 성인이 된 뒤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급격한 경제 변화를 겪으면서 세대별 위생 격차도 심하다. 나쁜 위생 환경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50대 이상 연령층의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은 97%를 넘는다. 대부분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면역력이 있다는 의미다. 40대는 80.3%로 이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국내 20대의 항체 양성률은 12.6%다. 30대도 31.8%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국내 A형 간염 감염 환자의 70% 이상이 30~40대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데, 이들에게 항체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염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2015년부터 A형 간염 백신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됐다. 2012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영유아들의 감염 위험은 거의 없다. 이 연령대가 성장하면 성인 예방력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군대 내 감염이 늘면서 2015년부터 군대에 입소하는 장병에게도 A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던 과거에는 어릴 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갔지만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1970년대 이후 출생자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예방접종, 손 씻기 도움

A형 간염은 익히지 않은 음식, 지하수, 성관계, 혈액 등을 통해 전파된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비교적 감염자가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식당의 잔반 재활용, 외국인을 통한 유입 등 다양한 전파 원인이 괴담처럼 돌고 있다. 최근에는 카페 등의 일회용 컵 사용 제한 정책 이후 커피숍에서 커피잔 설거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 A형 간염이 늘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일회용 컵 사용 제한 때문이라면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고르게 환자가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다른 원인들도 한 가지만 영향을 받아 환자가 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A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안정을 취하고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된다. 간염 때문에 구토가 심하고 탈수 증상을 호소한다면 입원해 수액 처방 등을 받아야 한다. 간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망가지면 간 이식 수술도 한다. A형 간염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기간은 증상이 시작되기 2주 전부터 황달이 생긴 뒤 1주일까지다. 설사를 하는 기간에도 전파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A형 간염 환자가 발생하면 이 기간 다른 사람과 접촉하면 안 된다. 음식을 하거나 환자를 간호하는 등의 업무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 가는 것도 삼가야 한다. 이상헌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간담췌내과 교수는 “A형 간염은 오염된 손을 통해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손 씻기로 개인위생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5월에는 휴일이 많아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도 늘어나는데 현지에서 날음식이나 씻지 않은 과일 등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손만 잘 씻어도 괜찮다는데…A형 간염, 유독 2040 환자 많은 이유는
A형 간염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영유아는 생후 12개월 이후에 1차 근육주사를 맞고 6~18개월이 지난 뒤 2차 접종을 한다. 성인은 첫 번째 주사와 두 번째 주사 간격을 6~18개월 정도 두고 두 번 근육주사를 맞으면 된다. 2차 접종까지 끝내면 항체 양성률이 100%에 육박한다. 만성 간질환자, 간이식 환자, 혈우병 환자는 감염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다. 백신을 맞는 게 좋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질병관리본부, 이상헌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간담췌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