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깊어지면서 안철수계 의원들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남계를 주축으로 한 당권파와 바른정당계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안철수계가 당내 ‘캐스팅보터’가 됐다는 분석이다.

손학규 대표는 3일 바른정당계인 현명철 중앙당 전략홍보위원장과 임호영 법률위원장을 해임했다. 두 사람은 전날 ‘유승민-안철수 공동체제’ 출범 요구 연석회의에 참석해 지도부 사퇴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손 대표는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당내 분열을 획책하는 일부 세력에 경고한다”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유승민-안철수 체제를 출범시키라는 주장은 당을 흔드는 계파 패권주의”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 불출석하고 있는 권은희 정책위원회 의장과 오신환 사무총장 교체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두 최고위원에게 당무 복귀를 요청하고 있지만 설득에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르면 오는 7일 교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 의결정족수인 다섯 명을 확보하기 위한 돌파책이다. 새 정책위 의장으로는 손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채이배 의원, 사무총장으로는 임재훈 의원이 거론된다.

바른정당계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 지도부 체제의 운명은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른정당계가 원내대표 자리를 확보한다면 손 대표 사퇴를 압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계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최근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권은희, 오신환 최고위원 교체를 강행할 경우 안철수계 의원들이 추가로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삼화, 이수민 의원 등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 과정에서 두 최고위원의 특위 위원 교체(사·보임)에 반대한다며 대변인 직을 사퇴했다. 안철수계인 이태규, 이동섭, 신용현 의원도 사·보임에 반대하는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에 서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