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 비핵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 비핵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 비핵화, 베네수엘라 사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론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아침 푸틴 대통령과 1시간여 전화통화를 했고 아주 좋은 논의를 했다"며 논의 주제로 북한과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등을 꼽은 뒤 "전체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대화였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통화의 상당한 시간을 북한에 관해 얘기했고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과 약속을 되풀이했다"고만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러시아가 나서서 북한 비핵화에 압박을 가하도록 계속 돕는 것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언급했다"면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초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압박 공조 지속을 강조한 것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크렘린궁도 이날 공보실 명의의 언론 보도문을 내고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달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주요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성실한 의무 이행에 대해 대북 제재 압박 완화의 상응 행보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양측 모두 비핵화와 한반도(정세)의 장기적 정상화 달성 여정에서 지속적 진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대북압박 공조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전제로 제재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응수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필요성과 이를 위한 6자회담의 효용성을 거론하는 한편, 김 위원장이 미국 측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차단하려는 미국 사이의 신경전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마친 뒤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과 길고 아주 좋은 대화를 했다"면서 "무역과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북한, 핵군축, 심지어 '러시아 사기극'도 논의했다. 아주 생산적 대화였다"라고 올렸다.

페테르 펠레그리니 슬로바키아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가진 취재진 문답에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오랫동안 얘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회담 이틀 전 전격 취소하고 G20만찬에서 비공식 대화만 가졌다. 이날 전화통화는 그 이후 이뤄진 첫 통화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세에 대한 두 정상의 의견 교환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들만이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경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권교체와 관련한 베네수엘라 내정에 외국이 간섭하는 것은 정치적 해결 전망을 약회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면서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