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4일 조기 귀국하면서 "국민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자신의 입장과 관련,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명분을 부각시켜 조직이기주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해외 순방 중이던 지난 1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전달한 입장 자료를 통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자칫 경찰권 강화로만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논의되고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을 반대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는 강력한 비판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촘촘한 통제장치를 설계하고 있다"며 설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날 "검찰의 수사 관행과 권한은 견제와 균형에 맞도록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해온 문 총장과 상반된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

박 장관은 "검찰은 경찰에 대한 각종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어 큰 틀에서 사법적 통제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조직 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구체적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이 이날 귀국길에 '국민 기본권'을 언급한 것은 자신의 문제 제기가 입법절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거나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본권이라는 명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해 나가겠다는 입장은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총장은 공수처 설치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도 "이미 여러 차례 검찰의 기소 독점에 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공수처를 설치하는 법안의 명분이나 검찰의 기소독점에 대한 비판은 수용한다는 것으로, '검찰총장이 반기를 드는 게 아니냐'는 외부의 비판에 대응하며 논란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이날 구체적 입장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조만간 상세히 말씀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국민 기본권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현재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가진 문제점을 분석한 뒤 이를 논리적으로 밝히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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