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이란, 호르무즈 봉쇄 안돼"…이란 "파리가 독수리 잡나"
바레인과 이란이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놓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셰이크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은 유럽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신문 아샤르크 알아우사트 2일자에 "이란은 미국의 압박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상습적으로 위협하는 데 이는 자해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런던에 본사가 있는 이 신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연결된 유력 일간지로, 사우디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한다.

셰이크 칼리드 장관은 "이란은 중동 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돈과 무기, 무장대원을 보내는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라며 "이란은 심연으로 자신을 몰아넣은 정책을 되돌아보고 이를 바꿀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어느 날 갑자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는 없다"라며 "이란도 그런 위험한 조처를 하기 전에 심사숙고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란 외무부는 4일 낸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가 원유 수송과 공급의 생명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라면서도 "관용과 우호의 뜻을 조언하자면 그 조그만 종속국(바레인)은 자신보다 큰 나라를 위협할 때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파리가 독수리를 절대 잡을 수는 없다는 페르시아의 오랜 속담이 있다"라고 일축했다.

바레인은 걸프 지역에서도 사우디의 가장 강력한 우방으로 사우디의 대외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아랍의 봄' 운동이 최고조였던 2011년 바레인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때 사우디는 군을 파병해 이를 유혈진압 했다.

바레인 기득권은 수니파이지만 국민의 과반이 이슬람 시아파인 탓에 시아파 맹주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특히 예민하다.

바레인 정부는 종종 일어나는 시아파의 반정부 시위의 배후를 이란으로 의심한다.

바레인이 비록 걸프의 소국이지만 사우디는 이곳에서 시아파 세력이 커지면 이란이 걸프(아라비아반도)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된다고 보고 바레인의 상황에 관심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