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원유 영향 '글쎄'…OPEC 증산·환경규제 등도 변수 올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진단했다.
5일 세계은행의 반기 보고서인 '원자재시장전망'(Commodity Markets Outlook)에 따르면 원유 가격의 평균은 올해 배럴당 66달러, 내년에 배럴당 65달러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재 유가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예상보다 약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원유 수요의 증가 속도도 덩달아 느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은행은 "작년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량 증가세는 작년처럼 가파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들어 둔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은행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국제유가 전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최근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전면 봉쇄하기 위해 대이란제재를 강화한 것이 그런 리스크로 지목된다.
미국은 지난 2일부로 중국, 인도, 한국, 터키 등 8개국에 적용하던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조치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미국의 제재강화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국가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제재를 준수할지 불투명한데다 일부가 제재를 무시하고 수입을 강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일부 국가들이 지난 3개월 동안 (미국이 예외를 허용하며 설정한) 허용량보다 많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이란제재의 시장 영향이 이란산 원유가 실제로 전면 봉쇄될 때보다 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터키 등은 공공연하게 미국의 이번 조치에 반발하며 수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이란은 하루 14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와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수출하는데 이는 글로벌 공급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산 원유의 공급량 감소를 증산으로 메울지도 지정학적 변수다.
이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이들 국가는 일단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논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하루 350만 배럴에 달하는 유휴생산능력(노는 시설을 돌려 즉시 생산할 수 있는 원유의 양)을 지니고 있으며 사우디가 그 절반을 차지한다.
세계은행은 다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리비아의 정정불안도 지정학적 리스크로 지목했다.
아울러 미국 의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석유생산자담합금지법안(NOPEC)도 통과 때 OPEC의 감산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리스크로 거론됐다.
수요 측면에서 세계은행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리스크로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황산화물 규제다.
IMO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산성비를 저감하려고 전 세계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낮췄다.
이에 따라 많은 선박이 대체 원유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규제가 강제로 적용되는 정도에 비례해 가솔린, 디젤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