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 5일 오후 4시5분

외국계 사모펀드(PEF)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가 국내 색조화장품 전문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 화성코스메틱을 인수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화성코스메틱 매각주관사인 BDA파트너스는 SC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인수전에는 홍콩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미국 베인캐피털 등 다수의 글로벌 PEF가 참여해 경쟁을 벌였다. 매각 대상은 창업자인 류경훈 대표가 보유한 지분 70~80%로, 예상 인수가격은 1400억~1600억원 선이다.

화성코스메틱은 아이브로 등 색조화장품을 제조해 로레알, 아나스타샤 등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50억원에 15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

"K뷰티 성장성 아직 크다"…글로벌 PEF들, 잇단 '러브콜'

색조화장품 전문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 화성코스메틱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에 팔리면서 또 하나의 ‘K뷰티 신화’가 탄생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과 과열 경쟁 등으로 부침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K뷰티의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로레알에 팔린 스타일난다, 영국 유니레버가 인수한 카버코리아 등 투자 회수 성공 사례가 줄을 잇는 것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K뷰티에 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성장성 갖춘 업체 인기 높아져

화성코스메틱은 해외 화장품시장에선 이미 이름만 대면 아는 업체다. 아이브로 제품으로 유명한 미국 아나스타샤에 2016년부터 아이브로를 납품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아나스타샤의 아이브로 제품은 자연스럽게 눈썹을 그릴 수 있어 고가인데도 세계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화성코스메틱의 기술력 때문에 가능했다. 화성코스메틱은 아이브로를 다른 브랜드 제품에 비해 얇으면서도 부러지지 않게 제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나스타샤 납품 이후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달아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외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100% 자동화 설비를 갖춰 인건비나 가동률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이 없다는 점도 글로벌 PEF들이 화성코스메틱에 주목한 이유다.

SC PE는 이 회사의 기업 가치를 약 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50억원의 13.3배 수준이다. 일반 제조업체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EBITDA의 10배 정도에 거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프리미엄을 준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AHC 브랜드를 보유한 카버코리아를 EBITDA의 13.3배에 사들여 유니레버에 17.5배에 매각해 원금 대비 6.2배의 수익을 기록했다”며 “SC PE도 화성코스메틱의 글로벌 성장성을 보고 비슷한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EM·ODM업체 기술력에 베팅

K뷰티에 대한 국내외 투자는 화성코스메틱 같은 ODM,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 상장사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약 1조6000억원, 1조4000억원이다. 투자자들은 ‘제2의 한국콜마’가 될 만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엔 마스크팩 제조사들이 주류로 떠올랐다. 국내 PEF인 프랙시스캐피탈과 벤처캐피털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는 마스크팩을 제조, 납품하는 엔코스와 이미인에 각각 300억원, 250억원을 투자했다. 대만계 사모펀드인 CDIB캐피털인터내셔널은 2017년 국내 마스크팩 브랜드 1위 메디힐을 보유한 엘엔피코스메틱에 투자했다. 이듬해에는 엘엔피코스매틱에 마스크팩을 제조, 납품하는 이시스코스메틱에 1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생산은 제조사에 맡기고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업체도 관심 대상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기업 로레알이 지난해 6000억원에 사들인 ‘스타일난다’가 대표적이다. 카버코리아에 투자했던 골드만삭스는 꿀광마스크로 중국에서 대박을 낸 지피클럽 지분 5%를 지난해 750억원에 사들였다. 기업가치를 무려 1조500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지피클럽은 올해 코스닥시장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김채연/정영효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