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미사일?…김정은, 1년5개월 만에 '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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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대응 자제
트럼프 "김정은, 약속 깨지 않을 것"
잇단 '빈손 외교'에
군사도발 카드 다시 꺼내
트럼프 "김정은, 약속 깨지 않을 것"
잇단 '빈손 외교'에
군사도발 카드 다시 꺼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레드 라인(금지선)’ 직전에서 서성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오전 9시6분부터 약 21분간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해를 향해 ‘단거리 미사일 쇼’를 벌였다. 2017년 11월 이후 1년5개월 만의 군사 도발이다. 미국과 일본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동부전선 방어부대를 방문,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를 이용한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이란 표현은 없었지만 공개된 사진 중엔 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가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 KN02 개량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일 모두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청와대는 도발 후 6시간이 지난 뒤 “남북한 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을 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소집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13시간 뒤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일본 정부 역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무력시위' 직접 지휘한 김정은…'9·19 군사합의' 대놓고 무시
북한의 ‘5·4 원산 도발’은 시점,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매우 계산된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화와 외교를 통한 비핵화라는 지금까지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로서의 의미가 크다. 2017년 11월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군사 조치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미·일이 설정한 ‘레드 라인(금지선)’은 넘지 않았다. 수위를 조절했다는 얘기다. 곤란해진 건 우리 정부다. 남북한 군사합의를 포함해 ‘9·19 평양선언’이 무용지물 위기에 처했다.
군사 행동 ‘신호탄’ 쏜 김정은
국방부는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이뤄진 북한 전방부대의 화력훈련과 관련해 5일 정찰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탄종과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 300㎜ 방사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의 군사 행보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16일 평양의 반(反)항공 방어를 맡은 전투비행단을 격려한 것이 첫 번째다. 이튿날엔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사격 시험을 참관했다.
4일의 ‘발사체 시험’이 공격용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의 훈련을 “경상적인 전투동원준비”라고 표현했다. “자주권과 존엄, 생존권을 해치려든다면 즉시적인 반격을 가할 인민군의 견결한 의지를 과시한 훈련”이라고도 했다. 동해상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함용 미사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대 사거리가 250㎞에 달하는 발사체”(국방부 설명)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을 가정한 도발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北), 식량지원도 거절하나
‘시점’의 측면에서 보면 도발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이 더 명확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미사일로 화답했다.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밖을 표적으로 설정함으로써 파국은 면하되, 일본과도 당분간 대화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8일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하노이 결렬’ 이후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재가동함으로써 미·북 핵협상을 다시 궤도 위로 올려놓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은 남북한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카드’로 꼽혀왔다. 지난달 말 북·러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등 외교적 노력이 잇따라 실패한 것도 이번 군사 도발의 배경으로 꼽힌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 역시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은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며 미국을 압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경우다. 인공위성 자체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핵을 탑재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대기권 밖으로 실어나르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레드 라인으로 정해놨다.
미국은 일단 신중 반응
미국은 ‘신중 모드’로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산 도발’이 발생한 지 약 13시간 만에 트윗을 올렸다. 그는 4일(현지시간) “아주 흥미로운 세상에서 무엇이든 발생할 수 있지만 김정은은 북한의 대단한 경제적 잠재력을 완전히 알고 있고 이를 방해하거나 중단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걸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첫 보고를 받을 당시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신을 엿먹인 것처럼 화를 냈다”며 “고위 참모진이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는 어떤 트윗도 올리지 말라고 강력히 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 지 13시간가량 지난 다음 공식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가 누그러진 이유로 추측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김정은에게 상황을 악화시킬 추가 행동은 자제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은이 남북 관계 악화를 미국과의 흥정 카드로 내세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북한 전문가는 “하노이 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오자 화풀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군사합의를 포함한 ‘평양선언’이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태세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질 전망이다.
‘5·4 원산 도발’은 명백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합의에 따르면 남북은 서로에 대한 적대적 군사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동부전선 방어부대를 방문,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를 이용한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이란 표현은 없었지만 공개된 사진 중엔 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가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 KN02 개량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일 모두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청와대는 도발 후 6시간이 지난 뒤 “남북한 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을 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소집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13시간 뒤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일본 정부 역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무력시위' 직접 지휘한 김정은…'9·19 군사합의' 대놓고 무시
북한의 ‘5·4 원산 도발’은 시점,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매우 계산된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화와 외교를 통한 비핵화라는 지금까지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로서의 의미가 크다. 2017년 11월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군사 조치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미·일이 설정한 ‘레드 라인(금지선)’은 넘지 않았다. 수위를 조절했다는 얘기다. 곤란해진 건 우리 정부다. 남북한 군사합의를 포함해 ‘9·19 평양선언’이 무용지물 위기에 처했다.
군사 행동 ‘신호탄’ 쏜 김정은
국방부는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이뤄진 북한 전방부대의 화력훈련과 관련해 5일 정찰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탄종과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 300㎜ 방사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의 군사 행보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16일 평양의 반(反)항공 방어를 맡은 전투비행단을 격려한 것이 첫 번째다. 이튿날엔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사격 시험을 참관했다.
4일의 ‘발사체 시험’이 공격용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의 훈련을 “경상적인 전투동원준비”라고 표현했다. “자주권과 존엄, 생존권을 해치려든다면 즉시적인 반격을 가할 인민군의 견결한 의지를 과시한 훈련”이라고도 했다. 동해상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함용 미사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대 사거리가 250㎞에 달하는 발사체”(국방부 설명)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을 가정한 도발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北), 식량지원도 거절하나
‘시점’의 측면에서 보면 도발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이 더 명확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미사일로 화답했다.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밖을 표적으로 설정함으로써 파국은 면하되, 일본과도 당분간 대화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8일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하노이 결렬’ 이후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재가동함으로써 미·북 핵협상을 다시 궤도 위로 올려놓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은 남북한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카드’로 꼽혀왔다. 지난달 말 북·러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등 외교적 노력이 잇따라 실패한 것도 이번 군사 도발의 배경으로 꼽힌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 역시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은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며 미국을 압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경우다. 인공위성 자체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핵을 탑재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대기권 밖으로 실어나르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레드 라인으로 정해놨다.
미국은 일단 신중 반응
미국은 ‘신중 모드’로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산 도발’이 발생한 지 약 13시간 만에 트윗을 올렸다. 그는 4일(현지시간) “아주 흥미로운 세상에서 무엇이든 발생할 수 있지만 김정은은 북한의 대단한 경제적 잠재력을 완전히 알고 있고 이를 방해하거나 중단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걸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첫 보고를 받을 당시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신을 엿먹인 것처럼 화를 냈다”며 “고위 참모진이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는 어떤 트윗도 올리지 말라고 강력히 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 지 13시간가량 지난 다음 공식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가 누그러진 이유로 추측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김정은에게 상황을 악화시킬 추가 행동은 자제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은이 남북 관계 악화를 미국과의 흥정 카드로 내세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북한 전문가는 “하노이 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오자 화풀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군사합의를 포함한 ‘평양선언’이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태세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질 전망이다.
‘5·4 원산 도발’은 명백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합의에 따르면 남북은 서로에 대한 적대적 군사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