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홍콩의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제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홍콩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홍콩 성장률 10년만에 '최악'…美·中 무역전쟁에 등 터진다
홍콩 통계청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분기 -1.7% 이후 거의 10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홍콩 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입과 개인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게 성장률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1분기 수출과 수입은 작년 1분기에 비해 각각 4.2%와 4.6% 감소했다. 개인 소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4분기(2.7% 증가)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4.1%에 달했던 홍콩 경제성장률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하반기부터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반기 성장률은 2.1%로 상반기에 비해 반 토막 났고 4분기 성장률은 1.3%까지 곤두박질쳤다.

홍콩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도 급격하게 가라앉고 있다. 홍콩 GDP에서 부동산이 직접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다. 여기에 부동산 관련 경기 투자와 소비까지 합치면 전체 비중이 20~25%에 이른다. 홍콩 경제의 4분의 1을 부동산이 떠받들고 있는 셈이다.

200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하며 5배 넘게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들어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홍콩 공시지가발표국(RVD)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홍콩의 주택 판매가격지수 누적 하락폭은 9% 이상에 달했다. 올 들어 15년간 호황을 이어온 홍콩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폴 찬 홍콩특별행정구 재정부 장관은 “1분기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비교 대상인 작년 1분기 성장률이 4.6%로 비교적 높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어 향후 전망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무역 활동 둔화와 내수 시장 침체로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며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홍콩대 경제전략연구소는 홍콩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