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신뢰성 타격 불가피…"구체적 경위 파악중"

'인보사'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이미 2년 전에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았다는 정황이 나왔다.

최근에야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았다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과는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저녁 공시에서 "(인보사의) 위탁생산 업체(론자)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년 3월 1액과 2액에 대해 생산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위탁 검사를 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에 통지했다"고 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HC)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이다.

최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로 드러났다.

공시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2액이 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이미 2017년 3월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 STR 검사는 인보사의 임상 시약을 위탁 생산하던 론자가 진행했다.

특히 이 시기는 인보사가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2017년 7월보다 약 4개월 앞선 때다.

즉,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성분이 2004년 특성 검사에서 밝혀진 연골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허가 당국인 식약처에 알리지 않은 셈이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회사와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셈이고, 알고 있었는데도 은폐했다면 '대국민 사기극'에 준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이 론자의 STR 검사 결과를 이제야 알린 것도 자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이 사실을 공개한 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와의 소송 때문이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미쓰비시다나베와 총 5000억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가 2017년 12월 파기됐다.

미쓰비디사다베는 계약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들었고, 지난해 4월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계약금 25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미쓰비시다나베가 론자의 STR 검사에서 2액이 293유래세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내용을 계약 취소 사유에 추가하면서 외부에도 알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은 합리적인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2017년 론자가 STR 검사를 코오롱티슈진에 전달한 건 맞지만 당시 담당자들이 '생산이 가능하다'는 내용에만 집중해 내부 보고를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오롱생명과학에서는 해당 사실을 이제야 파악하게 돼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