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 성범죄 보다 그루밍 성범죄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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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GV청소년문화교육원 대표 인터뷰
청소년 보다 어른들 ·사회적 교육이 먼저 되야
그루밍 성범죄 증가 추세…주변에서 인식 못해 장기화
청소년 보다 어른들 ·사회적 교육이 먼저 되야
그루밍 성범죄 증가 추세…주변에서 인식 못해 장기화
영화 제작사인 시네라인의 장용대 대표는 최근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신인 연기자를 키우는 학원을 운영하는 그로서는 각종 사건·사고로 연루되는 연예인들을 보자니 남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찾은 사람이 박재용 사단법인 GV청소년문화교육원 대표다. 장 대표는 연습생들에게 인권과 성의식에 대한 교육을 의뢰했고 박 대표는 흔쾌히 응했다. 최근들어 이 같은 어린 나이에 데뷔한 연예인들이 성범죄에 언급되면서 요청이 많다는 게 박 대표의 얘기다.
그는 "최근 승리·정준영 사건을 비롯해서 연예계에서 각종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학교나 학부모님들의 교육의뢰가 많아졌다"면서도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보다 어른들의 교육의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목사이기도 한 박 대표는 10여 년간 각 학교에서 제가 외부강사로 성범죄, 금연, 금주, 자살방지, 학교폭력 등으로 강의를 해왔다. 그러다가 2017년 사단법인 GV청소년문화교육원을 세웠다. 그가 오랜 기간 만난 학생들만도 70만명이 넘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최근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인권이나 성과 관련된 교육들을 많이 받고 자랐다"며 "문제는 사회교육이 이 친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은 높은 성인식과 높은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는 이에 비해 낮은 수준의 의식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간혹 회사에서 젊은 친구들과 상사간에 벌어지는 실랑이들도 사회의 의식수준이 낮다보니 발생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회에서는 강자와 약자 사이에, 혹은 강압적인 태도 속에서 성범죄가 일어난다고 여겨왔다. 태도와 행동에 있어서 '강압적'이어야만 성범죄로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최근에는 이처럼 뚜렷하게 티가 나는 범죄행위는 줄고 있다는 것. 어른들이나 사회에서도 고도화된 성범죄를 미리 발견하고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는 박 대표의 입장이다.
그는 이러한 고도화된 성범죄로 '그루밍 성범죄'를 예로 들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뤄진다. 피해자가 인식을 못하고 주변에서도 방관하다보면 장기화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부모나 주변인들도 이를 못 느낀다"라고 말했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다보면, 그루밍 성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선생님과 잘 지내는 것에 대해 "진학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과 '친밀함' 정도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청소년기에 연습생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 역시 그루밍 성범죄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다가 범죄가 발각되더라도 자녀가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나오게 된다. 이는 피해자가 성범죄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지, 이를 진정한 사랑으로 생각하고 대처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최근 일부 기사들이 그루밍 성범죄를 사랑으로 포장하는 경우를 봤다"면서 "어른들과 사회에서 성의식을 높여야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른들이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등을 단계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법적인 처벌도 경중이 나뉘어져 있다"며 "그렇다보니 성희롱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경우든 성범죄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부모들이 자녀나 주변 아이들을 살필 때에도 경중을 따지면서 넘어가기 보다는 엄격한 눈으로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러한 출발점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자녀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최근 연예계의 사건을 보듯이 반대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근본적인 예방은 가정에서부터 성평등을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교육의 효과도 물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의도치 않게 학습된 행동을 드러내기 마련이어서다. 부모의 권위적인 모습을 보고 자라난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러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청소년들의 상담 전에 부모들의 성교육에 대해 물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1~2번이고 40년 이상 이전의 버전들이다"라며 "자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다면, 부모들의 성평등·성교육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그는 "최근 승리·정준영 사건을 비롯해서 연예계에서 각종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학교나 학부모님들의 교육의뢰가 많아졌다"면서도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보다 어른들의 교육의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목사이기도 한 박 대표는 10여 년간 각 학교에서 제가 외부강사로 성범죄, 금연, 금주, 자살방지, 학교폭력 등으로 강의를 해왔다. 그러다가 2017년 사단법인 GV청소년문화교육원을 세웠다. 그가 오랜 기간 만난 학생들만도 70만명이 넘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최근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인권이나 성과 관련된 교육들을 많이 받고 자랐다"며 "문제는 사회교육이 이 친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은 높은 성인식과 높은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는 이에 비해 낮은 수준의 의식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간혹 회사에서 젊은 친구들과 상사간에 벌어지는 실랑이들도 사회의 의식수준이 낮다보니 발생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회에서는 강자와 약자 사이에, 혹은 강압적인 태도 속에서 성범죄가 일어난다고 여겨왔다. 태도와 행동에 있어서 '강압적'이어야만 성범죄로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최근에는 이처럼 뚜렷하게 티가 나는 범죄행위는 줄고 있다는 것. 어른들이나 사회에서도 고도화된 성범죄를 미리 발견하고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는 박 대표의 입장이다.
그는 이러한 고도화된 성범죄로 '그루밍 성범죄'를 예로 들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뤄진다. 피해자가 인식을 못하고 주변에서도 방관하다보면 장기화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부모나 주변인들도 이를 못 느낀다"라고 말했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다보면, 그루밍 성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선생님과 잘 지내는 것에 대해 "진학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과 '친밀함' 정도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청소년기에 연습생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 역시 그루밍 성범죄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다가 범죄가 발각되더라도 자녀가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나오게 된다. 이는 피해자가 성범죄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지, 이를 진정한 사랑으로 생각하고 대처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최근 일부 기사들이 그루밍 성범죄를 사랑으로 포장하는 경우를 봤다"면서 "어른들과 사회에서 성의식을 높여야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른들이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등을 단계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법적인 처벌도 경중이 나뉘어져 있다"며 "그렇다보니 성희롱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경우든 성범죄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부모들이 자녀나 주변 아이들을 살필 때에도 경중을 따지면서 넘어가기 보다는 엄격한 눈으로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러한 출발점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자녀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최근 연예계의 사건을 보듯이 반대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근본적인 예방은 가정에서부터 성평등을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교육의 효과도 물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의도치 않게 학습된 행동을 드러내기 마련이어서다. 부모의 권위적인 모습을 보고 자라난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러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청소년들의 상담 전에 부모들의 성교육에 대해 물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1~2번이고 40년 이상 이전의 버전들이다"라며 "자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다면, 부모들의 성평등·성교육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