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바지 입은 승부사, 또 연장불패 '마술'…김세영, 10개월 만에 LPGA 정상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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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메디힐챔피언십 우승
전반 9홀 4타 잃고 '흔들'
17번홀 보기로 다시 위기
마지막홀 버디로 '기사회생'
전반 9홀 4타 잃고 '흔들'
17번홀 보기로 다시 위기
마지막홀 버디로 '기사회생'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머세드GC(파72·6507야드). 메디힐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최종 라운드가 열린 17번홀(파3)에서 갤러리들의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김세영이 그린 옆 벙커에서 한 세컨드 샷이 짧게 떨어지면서 가파른 경사면에 걸친 탓이다. 이 홀에서 3온 1퍼트로 보기를 내줘 우승경쟁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하지만 17번홀은 ‘기사회생 드라마’의 시작에 불과했다. 김세영은 18번홀(파5)에서 기어코 버디를 잡아내 자신의 주특기인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갔다. 연장으로 가는 과정에 비하면 승부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김세영은 경쟁자들의 버디 퍼트를 외면한 홀 속으로 1m 거리의 버디 퍼트를 꽂아 넣으며 연장 첫 홀 만에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연장 4전 전승 ‘연장의 여왕’
‘빨간 바지의 마술사’ 김세영이 다시 한번 ‘연장의 여왕’임을 과시했다. 피 말리는 연장 승부를 뚫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첫승이자 통산 8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7월 손베리크리크 LPGA클래식 이후 10개월 만에 우승컵에 입맞추며 우승상금 27만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
LPGA투어 8승 가운데 이 대회를 포함해 절반인 4승이 연장 우승이다.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 LPGA롯데챔피언십(이상 2015년), 마이어 LPGA클래식(2016년)에서도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한화금융클래식(2013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2014년) 등 5승 가운데 2승을 연장전에서 수확했다.
김세영은 이날도 빨간 바지를 입고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강심장’ 김세영의 스타일로 보면 웬만해선 뒤집히지 않는 격차였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험난했다. 1번홀(파4)부터 티샷이 감기기 시작했다. 첫 홀 더블 보기로 액땜을 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보기 두 개가 이어졌다. 전반 9번홀까지 4타가 날아갔다.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추스르는 듯했지만 17번홀(파3)에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밀려 벙커로 들어갔고, 이어진 벙커샷까지 두껍게 맞으며 보기를 내준 것. 7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낸 브론테 로(영국)가 어부지리로 한 타 차 단독 선두로 떠올랐다. 이븐파 공동 20위로 최종일을 출발한 로는 15번홀(파5) 이글을 포함해 보기 없이 7타를 줄여 뒷조에서 따라오던 김세영을 압박했다.
‘데자뷔’ 같은 4번 아이언의 위력
여기에 ‘핫식스’ 이정은까지 가세하면서 우승 경쟁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정은은 15번홀 이글, 16번홀(파4) 버디, 18번홀(파5) 버디를 골라내는 등 막판 4개 홀에서 4타를 줄여내 로와 공동선두를 이뤄냈다.
김세영은 마지막홀에서 반드시 버디 이상을 잡아내야 연장전에 갈 수 있었다. 18번홀(파5)에서 그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4번 아이언으로 친 샷은 190야드가량 날아가 그린 입구에 안착했다. 이 공이 이정은-로-김세영 간 ‘3자 연장’으로 가는 버디로 연결된 것이다.
연장 첫 홀에서 친 4번 아이언 세컨드 샷은 직전 18번홀의 ‘데자뷔’처럼 같은 지점에 떨어졌다. 김세영은 이정은과 로의 공을 외면한 홀컵으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세영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가슴을 두드리며 피말리는 승부의 압박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정말 힘들었다. 하루 종일 부담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17번홀 파3에서 보기를 범한 게 내겐 정말 나쁜 일이었다. 지금도 심장이 바깥에 나와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꾸준함을 유지하려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오늘 경기는 내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고 우승 소감을 마무리했다.
물오른 핫식스 “다음엔 내 차례!”
김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한국인의 LPGA 통산 다승 순위에서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 최나연(9승)에 이어 김미현(8승)과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11개 대회에서 총 6승을 합작했다.
이정은은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LPGA투어 진출 이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지난달 열린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한 게 지금까지 가장 좋은 성적표다.
우승 경쟁을 펼쳤던 ‘맏언니’ 지은희는 최종합계 5언더파로 양희영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이 대회 ‘톱10’ 가운데 한국 선수가 네 자리를 차지했다.
전날 하루에만 8오버파 80타를 쳤던 박인비는 마지막날 3타를 줄여 전인지 등과 함께 이븐파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빨간 바지의 마술사’ 김세영이 다시 한번 ‘연장의 여왕’임을 과시했다. 피 말리는 연장 승부를 뚫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첫승이자 통산 8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7월 손베리크리크 LPGA클래식 이후 10개월 만에 우승컵에 입맞추며 우승상금 27만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
LPGA투어 8승 가운데 이 대회를 포함해 절반인 4승이 연장 우승이다.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 LPGA롯데챔피언십(이상 2015년), 마이어 LPGA클래식(2016년)에서도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한화금융클래식(2013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2014년) 등 5승 가운데 2승을 연장전에서 수확했다.
김세영은 이날도 빨간 바지를 입고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강심장’ 김세영의 스타일로 보면 웬만해선 뒤집히지 않는 격차였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험난했다. 1번홀(파4)부터 티샷이 감기기 시작했다. 첫 홀 더블 보기로 액땜을 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보기 두 개가 이어졌다. 전반 9번홀까지 4타가 날아갔다.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추스르는 듯했지만 17번홀(파3)에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밀려 벙커로 들어갔고, 이어진 벙커샷까지 두껍게 맞으며 보기를 내준 것. 7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낸 브론테 로(영국)가 어부지리로 한 타 차 단독 선두로 떠올랐다. 이븐파 공동 20위로 최종일을 출발한 로는 15번홀(파5) 이글을 포함해 보기 없이 7타를 줄여 뒷조에서 따라오던 김세영을 압박했다.
‘데자뷔’ 같은 4번 아이언의 위력
여기에 ‘핫식스’ 이정은까지 가세하면서 우승 경쟁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정은은 15번홀 이글, 16번홀(파4) 버디, 18번홀(파5) 버디를 골라내는 등 막판 4개 홀에서 4타를 줄여내 로와 공동선두를 이뤄냈다.
김세영은 마지막홀에서 반드시 버디 이상을 잡아내야 연장전에 갈 수 있었다. 18번홀(파5)에서 그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4번 아이언으로 친 샷은 190야드가량 날아가 그린 입구에 안착했다. 이 공이 이정은-로-김세영 간 ‘3자 연장’으로 가는 버디로 연결된 것이다.
연장 첫 홀에서 친 4번 아이언 세컨드 샷은 직전 18번홀의 ‘데자뷔’처럼 같은 지점에 떨어졌다. 김세영은 이정은과 로의 공을 외면한 홀컵으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세영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가슴을 두드리며 피말리는 승부의 압박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정말 힘들었다. 하루 종일 부담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17번홀 파3에서 보기를 범한 게 내겐 정말 나쁜 일이었다. 지금도 심장이 바깥에 나와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꾸준함을 유지하려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오늘 경기는 내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고 우승 소감을 마무리했다.
물오른 핫식스 “다음엔 내 차례!”
김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한국인의 LPGA 통산 다승 순위에서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 최나연(9승)에 이어 김미현(8승)과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11개 대회에서 총 6승을 합작했다.
이정은은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LPGA투어 진출 이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지난달 열린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한 게 지금까지 가장 좋은 성적표다.
우승 경쟁을 펼쳤던 ‘맏언니’ 지은희는 최종합계 5언더파로 양희영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이 대회 ‘톱10’ 가운데 한국 선수가 네 자리를 차지했다.
전날 하루에만 8오버파 80타를 쳤던 박인비는 마지막날 3타를 줄여 전인지 등과 함께 이븐파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