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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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훨씬 못 미치는 한국기업 주가
주주가치 ‘무신경’한 기업주들이 원인
합리적 주주권행사가 국민연금의 역할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주주가치 ‘무신경’한 기업주들이 원인
합리적 주주권행사가 국민연금의 역할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그리스 신들이 인류 최초의 여자 ‘판도라’를 만들어 지상에 내려보냈다. 판도라란 ‘모든 재능을 가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느 날 판도라는 제우스 신이 절대 열지 말라며 준 상자의 안이 너무 궁금했다. 뚜껑을 열었더니 모든 재앙이 쏟아져 나왔고, 마지막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나름 교훈적이고 적절한 은유로 인해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신화다.
그런데 최근 자본시장에서 ‘거칠게 표현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를 자임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1차 타깃이 됐다. 이 와중에 오너가 급서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해 유감이지만,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대주주에게 대항하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긍정적인 변화다. 물론 국민연금이 이른바 ‘완장’을 차겠다면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앙이다. 그러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주주권 행사나 외국의 약탈적 펀드에 대항하는 흑기사로서의 역할은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특유의 경제개발 모델인 재벌 시스템이 3, 4세로 이어지면서 오너 일가의 ‘슬기로운 판단’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너는 물론 주주와 임직원 그리고 우리 경제에 크나큰 리스크다. 어차피 한두 번 상속세를 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부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국민연금의 위상이 머지않아 끝난다. 2040년께부터는 연금의 지급액이 적립금보다 많아지고 2060년에 가까이 가면 고갈된다. 따라서 길게 잡아 20년 뒤부터는 보유 중인 주식을 팔아 연금 지급에 보태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으로선 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투자기업으로부터 배당도 많이 받고, 언젠가 지분을 처분할 때 좋은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주주권 행사는 반드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방점을 둬야 한다.
어찌 됐든 대한항공 주총은 오랫동안 자극이 없었던 국내 자본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주주이긴 했다. 상장기업 중 상당수 오너들이 20~30% 지분으로, 심지어 10% 미만의 지분으로도 창업주의 프리미엄을 무제한 행사해왔다. 나머지 주주들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저 오너의 처분만 기다렸다.
최근 주주친화적인 기업이 많이 늘었지만 소액주주는 여전히 배고프다. 당장 300여 개 상장기업의 주가가 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가가 빠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장기간 주당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은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자본은 깔고 앉아 있을수록, 즉 자본회전력이 낮을수록 가치가 하락한다. 따라서 신성장 분야를 찾지 못하면 차라리 유휴자산을 매각해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자본 없는 자본주의’ 시대가 온다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과 비교해 봤을 때도 한국 기업들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두 배 정도 높다. 그것도 장부가치로 계산했을 때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 기업들은 자산을 적절히 활용하지도 않고, 주가를 높이는 데도 대부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운용회사인 블랙록은 ‘다수의 예측과는 반대로’ 올해 글로벌 증시, 특히 미국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는 낮고 성장은 괜찮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되면 주가 상승의 ‘골디락스(goldilocks·가장 좋은 조건)’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한국도 10년 동안 초저금리가 지속됐다. ‘돈값’이 이렇게 싸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바닥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한몫했지만, 우리 기업들의 주주가치에 대한 만성적인(?) 무신경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의 배당률, 가뭄에 콩 날 정도의 자사주 매입, 어떻게 경영을 해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무풍지대가 한국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바로 연금의 역할이다.
그런데 최근 자본시장에서 ‘거칠게 표현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를 자임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1차 타깃이 됐다. 이 와중에 오너가 급서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해 유감이지만,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대주주에게 대항하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긍정적인 변화다. 물론 국민연금이 이른바 ‘완장’을 차겠다면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앙이다. 그러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주주권 행사나 외국의 약탈적 펀드에 대항하는 흑기사로서의 역할은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특유의 경제개발 모델인 재벌 시스템이 3, 4세로 이어지면서 오너 일가의 ‘슬기로운 판단’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너는 물론 주주와 임직원 그리고 우리 경제에 크나큰 리스크다. 어차피 한두 번 상속세를 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부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국민연금의 위상이 머지않아 끝난다. 2040년께부터는 연금의 지급액이 적립금보다 많아지고 2060년에 가까이 가면 고갈된다. 따라서 길게 잡아 20년 뒤부터는 보유 중인 주식을 팔아 연금 지급에 보태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으로선 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투자기업으로부터 배당도 많이 받고, 언젠가 지분을 처분할 때 좋은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주주권 행사는 반드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방점을 둬야 한다.
어찌 됐든 대한항공 주총은 오랫동안 자극이 없었던 국내 자본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주주이긴 했다. 상장기업 중 상당수 오너들이 20~30% 지분으로, 심지어 10% 미만의 지분으로도 창업주의 프리미엄을 무제한 행사해왔다. 나머지 주주들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저 오너의 처분만 기다렸다.
최근 주주친화적인 기업이 많이 늘었지만 소액주주는 여전히 배고프다. 당장 300여 개 상장기업의 주가가 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가가 빠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장기간 주당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은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자본은 깔고 앉아 있을수록, 즉 자본회전력이 낮을수록 가치가 하락한다. 따라서 신성장 분야를 찾지 못하면 차라리 유휴자산을 매각해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자본 없는 자본주의’ 시대가 온다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과 비교해 봤을 때도 한국 기업들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두 배 정도 높다. 그것도 장부가치로 계산했을 때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 기업들은 자산을 적절히 활용하지도 않고, 주가를 높이는 데도 대부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운용회사인 블랙록은 ‘다수의 예측과는 반대로’ 올해 글로벌 증시, 특히 미국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는 낮고 성장은 괜찮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되면 주가 상승의 ‘골디락스(goldilocks·가장 좋은 조건)’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한국도 10년 동안 초저금리가 지속됐다. ‘돈값’이 이렇게 싸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바닥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한몫했지만, 우리 기업들의 주주가치에 대한 만성적인(?) 무신경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의 배당률, 가뭄에 콩 날 정도의 자사주 매입, 어떻게 경영을 해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무풍지대가 한국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바로 연금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