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경쟁력은 낮잠 문화?
평일 오후 1시께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 곳곳에서는 낮잠을 청하는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무실 좌석이나 회의실, 야외 벤치, 그리고 ‘늑대문화(근면성실 문화)’의 상징이었던 야전침대까지.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 자리잡는다.

6일 화웨이에 따르면 직원들의 공식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두 시간이다. 이 중 한 시간을 점심식사에 할애하고 남은 시간은 낮잠을 자는 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 시간에는 업무용 휴대폰을 꺼놓는 직원도 많다. 낮잠 대신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직원도 있다. 집에 가서 가족과 식사하고 오기도 한다. 그런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모든 게 본사의 공식적인 규정에 따른 것이다. 화웨이는 1987년 창사 초기부터 낮잠 시간을 허용하고 있다.

화웨이가 ‘낮잠 문화’를 도입한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식사 직후 휴식시간을 주는 대신 남은 오후에 업무 몰입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낮잠문화는 일의 능률을 높이고 직원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창의적 인재가 중요한 기술 개발 환경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며 “낮잠문화는 그만큼 실효성이 있다고 여겨 창사 이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야근 직원용 야전침대도 요즘엔 낮잠용 침대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추세를 반영해서다. ‘늑대문화’ ‘996(9시에 출근해 9시에 퇴근하고 주 6일 일한다)’ 등 강도 높은 업무환경보다 휴식문화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화웨이 본사를 벗어난 해외에선 종종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진다. 해외 출장을 나간 본사 직원들이 오후 1~2시 사이 잠잘 곳을 찾아 떠돌아다니곤 한다. 화웨이 한국법인에는 낮잠 제도가 없다. 하지만 본사에서 온 직원들은 습관에 따라 오후 1시가 넘으면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