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졸음운전은 범죄다
필자가 일하는 한국도로공사는 전국에 걸쳐 4151㎞의 고속도로를 관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매일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며칠에 한 번씩은 사망사고 소식도 들려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 공사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어린 자녀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돕기 위해 고속도로 장학재단을 통해 정서적·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사고 가운데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졸음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다. 특히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죽음운전’이라 불린다.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227명 가운데 70%에 가까운 154명이 졸음 관련 사고로 숨졌다. 고속도로 사망사고 원인 1위가 바로 졸음이다.

졸음운전의 위험을 알면서도 졸음을 참으며 운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운전자가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의 존재 여부도 영향을 주겠지만 무엇보다 안전을 등한시하는 개인의 운전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의 내비게이션 자료를 활용해 고속도로 중장거리 운전자들의 휴게소 방문 비율을 분석한 적이 있다. 150~250㎞ 거리는 27%, 그 이상 거리는 36%의 운전자만이 휴게소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량 10대 중 여섯 대가 서울에서 대구까지 약 260㎞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린다는 의미다.

졸음의 가장 큰 원인은 피로다. 일반적으로 휴식 없이 2시간 이상 운전하면 피로가 급증한다. 고속도로 구간별로 2시간 이상 운전하는 차량 비율이 약 20%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내 차 주변의 차량 10대 중 두 대는 졸음운전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졸음운전 사고는 잠깐의 휴식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도로공사는 운전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기존 휴게소 외에도 휴게시설 간격이 25㎞를 초과하는 구간이 없도록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226개소의 졸음쉼터를 운영 중이다. 2023년까지 17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깨끗한 화장실과 충분한 진·출입로 확보, 방범용 CCTV 설치 등 쉼터의 질적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 확충과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전자 개인의 성숙한 안전문화 의식이다. 또한 운전자에게 휴식을 권하는 동승자의 배려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자동차 보유 대수는 2300만 대를 넘어섰다. 인구 2.2명당 한 대꼴이다. 자동차가 필수품이 돼가는 사회에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인 졸음운전이 줄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 국민 면모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