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현장 가보니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조아치노 로시니(1792~1868)의 오페라 ‘윌리엄 텔’의 막바지 연습 현장이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희곡 ‘빌헬름 텔’이 원작인 이 작품은 13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지배에 맞서 싸우는 윌리엄 텔과 스위스 민중을 그린다. 오스트리아 총독 게슬러가 명사수 텔에게 아들 제미의 머리에 사과를 놓고 활로 쏘라고 명령하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1829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윌리엄 텔’은 로시니가 당시 유행하던 프랑스 ‘그랑 오페라’ 스타일로 작곡한 프랑스어 대본의 오페라다. 공연시간이 약 5시간에 달하는 장대한 규모에 화려한 무대, 성악가들이 소화하기 쉽지 않은 고난도 노래 때문에 무대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 작품을 택해 국내 초연한다. 이번 공연에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까지 출연자가 250명에 이른다. 4막5장의 구성으로 공연시간을 220분에 맞췄고 결혼식과 파티 장면에 나오는 발레를 현대무용으로 대체했다. 연출은 불가리아 출신의 베라 네미로바가 맡았다.
안무 연습실 바로 옆 방에선 제바스티안 랑 레싱의 지휘 아래 합창단 연습이 한창이었다. 마을 활쏘기 대회 장면에서 70여 명의 합창단원이 내뿜는 소리가 웅장했다. 대규모 군중 장면이 많은 이 작품은 전막에 걸쳐 합창단이 등장해 극을 이끈다.
주인공 윌리엄 텔 역은 바리톤 김동원과 김종표가 맡았다. 김동원은 “강한 독립 의지와 아들에 대한 부성애를 잘 표현하고 싶다”며 “나라 잃은 민족이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풀어내는 모습에 관객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너의 가장 고음인 하이C 음을 28번 이상 내야 하는 최고난도의 아르놀드 역은 세계적 테너 강요셉과 독일 브레멘극장에서 활약하는 김효종이 번갈아 맡는다. 2014년 오스트리아 그라츠극장에서 공연한 ‘윌리엄 텔’의 아르놀드 역으로 오스트리아 음악극장상을 받은 강요셉은 “각각 다른 연출로 윌리엄 텔 무대에 일곱 차례 서 본 경험을 바탕으로 무리하지 않고 감정을 절제해 표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르놀드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마틸드 역은 소프라노 세레나 파르노키아와 정주희가, 윌리엄 텔의 부인 헤트비히 역은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텔의 아들 제미 역은 소프라노 라우라 타툴레스쿠와 구은경이 맡았다.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