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에드가르 드가 '리허설'
발레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궁정 연회에서 탄생했다.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는 왕립무용학교를 설립하고 평생 발레를 후원했다. 초창기에는 남성이 여역(女役)을 연기했다. 1681년 장 밥티스트 륄리의 작품 ‘사랑의 승리’에서 믈 드 라퐁텐이 최초의 여성 직업 무용수로 등장해 큰 성공을 거뒀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는 발레리나를 가장 잘 포착한 화가로 꼽힌다. 드가는 남녀가 함께하는 예술 장르가 아니라 발레리나에 주로 관심을 보였고, 무대보다는 리허설이나 공연 직후의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그렸다.

드가가 1874년 완성한 ‘리허설’도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포착한 걸작이다. 무용수들이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연습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유연한 움직임과 광채가 전체 구도 속에서 완만한 선율을 나타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발레 공연 직전 리허설하는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장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발레리나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고통에 몸부림치거나, 눈과 코, 입이 뭉개진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드가가 어머니의 외도와 그로 인한 아버지의 은행사업 파산으로 생겨난 여성혐오증을 그림에 반영한 결과라는 게 미술비평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언론들은 “드가의 발레 그림은 정신이상자의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혹평하기도 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