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금융규제혁신 통합추진회의와 기존규제정비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혁신계획을 6일 발표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창업과 혁신적인 시도를 막는 낡은 칸막이와 포지티브 규제체계 등을 과감히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금융규제혁신계획의 핵심은 △정부 규제입증책임제 도입 △네거티브 규제방식 전환 △행정지도 폐지 등이다. 금융위는 정부가 규제의 존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규제를 폐지·개선하도록 규제입증책임제를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되는 것을 빼고 모두 규제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에서 불법이 아닌 모든 것을 합법화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방식도 바뀐다.
사실상 강제 '그림자 금융규제'…내달부터 대부분 폐지
금융위원회는 1110건에 달하는 명시적·비(非)명시적 금융규제를 순차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명시적 금융규제는 법령과 고시에 근거한 규제를 뜻한다. 이달 초 기준으로 789건이다.
비명시적 금융규제는 법적 근거 없는 가이드라인 방식의 행정지도와 업권 자율규제로 시행되는 모범규준으로 나뉜다. 행정지도 39건, 모범규준 282건이다. 행정지도는 금융회사가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지도, 권고, 조언 등을 하는 행정행위다. 권고 성격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 금융사는 사실상 강제성이 있는 명시적 규제로 받아들인다. 행정지도가 ‘그림자 금융규제’로 불리는 이유다.
금융위는 우선 39건의 행정지도 중 76.9%에 달하는 30건을 다음달부터 폐지 또는 법제화하기로 했다.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유의사항, 저축은행의 서민·취약 계층에 대한 대출취급 유의사항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은행 고정금리 대출 비중 유지 등 나머지 행정지도 9건도 존치 또는 법규화 필요성 등을 상시 점검할 방침이다. 비명시적 규제 중 모범규준 282건은 다음달 말 폐지·개선 과제를 선정하기로 했다.
법령·고시에 근거를 둔 명시적 규제에 대해서는 민간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금융위 기존규제정비위원회’가 수술에 나선다. 현 정부 출범 후 경제계의 건의에도 수용하지 못한 과제 18개 중 4건은 규제를 완화한다. 대표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최대 49명으로 제한한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100명까지 확대한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수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나머지 14건은 금융위가 민간위원을 대상으로 규제의 존치 필요성을 입증할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