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對이란 수출 원화계좌 모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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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업은행 계좌 동결
美 이란제재에 수출기업 '직격탄'
美 이란제재에 수출기업 '직격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2100여 개 한국 수출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의 우리·기업은행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되면서 더 이상 수출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OTRA는 지난 3일 수출기업들에 ‘한·이란 간 원화결제 시스템 중단 안내’를 통보했다. KOTRA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예외 인정 기간이 5월 2일 13시(미국시간 5월 1일 24시)부로 종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금지와 함께 수출대금 결제 통로이던 우리·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계좌도 동결된 것이다. 효력은 통보일인 3일부터 발생했다. 이란 수출길 막힌 2100여개社 '초비상'…年 40억弗 시장 날아갈 판
“우리은행 및 기업은행의 원화결제시스템 운영이 중단돼 한국과 이란 간 원화결제계좌를 이용한 수출입 교역이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KOTRA는 지난 3일 대(對)이란 수출기업에 이런 내용의 통보문을 보냈다. 수출대금을 받을 수 있는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됨에 따라 더 이상 이란으로 수출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란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은 비상이라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국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연간 40억달러(2017년 기준)에 달했던 이란 수출 시장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우리·기업은행도 원화계좌 동결
미국은 2010년 5월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시행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도 제재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란과의 무역에서 달러 거래를 금지시킨 것이다. 다섯 달 뒤인 10월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달러 대신 원화를 이용해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방안을 만들어 승인받았다.
소위 원화결제시스템의 출발이었다. 원화결제시스템은 이란 중앙은행(CBI)이 기업은행·우리은행에 원화계좌를 개설해 양국 간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이란의 수입상이 한국의 기업으로부터 물건을 사면, 이란 회사는 이란 중앙은행으로 리얄화로 해당 대금을 입금한다. 이란 중앙은행은 한국의 우리·기업은행에 개설된 원화계좌에서 이 금액만큼 원화로 국내 수출 기업의 계좌로 대금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란의 수입상은 리얄화를, 한국 기업은 원화를 사용하면서 달러 거래를 피한다. 대신 이란 중앙은행은 국내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체로부터 원화를 수입대금으로 받아 이 금액을 우리·기업은행의 원화계좌에 예치했다.
이 같은 원화결제시스템이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으면서 미국의 이란 제재에도 한국 기업들은 이란으로 수출할 수 있었다. 2009년 39억9190만달러였던 한국의 이란 수출액은 2012년 62억5653만달러까지 증가했다. 2017년 40억2016만달러, 지난해엔 22억9478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에 이어 한국도 예외 국가에서 제외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와 함께 원화결제계좌까지 동결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제재 복원에 따라 이란 멜라트은행의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된 바 있다. 이란 제재 전문가인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원화결제시스템 중지는 물건을 수출해도 대금을 받을 길이 없다는 의미”라며 “한국 기업의 이란 수출길이 모두 막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수출기업 ‘발동동’
지난해에는 2111개 국내 기업이 이란으로 제품을 수출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일부 있지만, 대개 생활필수품이나 전자, 기계 부품 등을 제조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다. 지난해 이란으로 수출한 한국의 제품들은 자동차부품이 5219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계류(4100만달러) 플라스틱(3432만달러) 철강(2064만달러) 전자부품(1611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KOTRA 관계자는 “이란에선 중국산 제품은 인기가 없고, 일본산은 너무 비싸서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높다”며 “중국산이라도 한국 무역회사가 보증을 하면 이란에서 인기가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기업 가운데는 중개 무역회사도 꽤 있다”고 말했다.
원화계좌가 모두 동결되면서 이란으로 수출하는 2100여 개 국내 수출기업은 막막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란 수출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새로운 판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원화결제시스템을 부활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물밑에서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위기가 상당히 완고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중장기적으론 몰라도 당장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게 해당 기업들의 볼멘소리다. 이란 수출 기업 관계자는 “한국 제품이 인기 있는 이란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수출 판로 개척에는 오래 시간이 걸리는데 우리는 당장 올해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OTRA는 지난 3일 수출기업들에 ‘한·이란 간 원화결제 시스템 중단 안내’를 통보했다. KOTRA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예외 인정 기간이 5월 2일 13시(미국시간 5월 1일 24시)부로 종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금지와 함께 수출대금 결제 통로이던 우리·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계좌도 동결된 것이다. 효력은 통보일인 3일부터 발생했다. 이란 수출길 막힌 2100여개社 '초비상'…年 40억弗 시장 날아갈 판
“우리은행 및 기업은행의 원화결제시스템 운영이 중단돼 한국과 이란 간 원화결제계좌를 이용한 수출입 교역이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KOTRA는 지난 3일 대(對)이란 수출기업에 이런 내용의 통보문을 보냈다. 수출대금을 받을 수 있는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됨에 따라 더 이상 이란으로 수출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란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은 비상이라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국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연간 40억달러(2017년 기준)에 달했던 이란 수출 시장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우리·기업은행도 원화계좌 동결
미국은 2010년 5월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시행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도 제재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란과의 무역에서 달러 거래를 금지시킨 것이다. 다섯 달 뒤인 10월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달러 대신 원화를 이용해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방안을 만들어 승인받았다.
소위 원화결제시스템의 출발이었다. 원화결제시스템은 이란 중앙은행(CBI)이 기업은행·우리은행에 원화계좌를 개설해 양국 간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이란의 수입상이 한국의 기업으로부터 물건을 사면, 이란 회사는 이란 중앙은행으로 리얄화로 해당 대금을 입금한다. 이란 중앙은행은 한국의 우리·기업은행에 개설된 원화계좌에서 이 금액만큼 원화로 국내 수출 기업의 계좌로 대금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란의 수입상은 리얄화를, 한국 기업은 원화를 사용하면서 달러 거래를 피한다. 대신 이란 중앙은행은 국내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체로부터 원화를 수입대금으로 받아 이 금액을 우리·기업은행의 원화계좌에 예치했다.
이 같은 원화결제시스템이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으면서 미국의 이란 제재에도 한국 기업들은 이란으로 수출할 수 있었다. 2009년 39억9190만달러였던 한국의 이란 수출액은 2012년 62억5653만달러까지 증가했다. 2017년 40억2016만달러, 지난해엔 22억9478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에 이어 한국도 예외 국가에서 제외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와 함께 원화결제계좌까지 동결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제재 복원에 따라 이란 멜라트은행의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된 바 있다. 이란 제재 전문가인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원화결제시스템 중지는 물건을 수출해도 대금을 받을 길이 없다는 의미”라며 “한국 기업의 이란 수출길이 모두 막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수출기업 ‘발동동’
지난해에는 2111개 국내 기업이 이란으로 제품을 수출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일부 있지만, 대개 생활필수품이나 전자, 기계 부품 등을 제조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다. 지난해 이란으로 수출한 한국의 제품들은 자동차부품이 5219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계류(4100만달러) 플라스틱(3432만달러) 철강(2064만달러) 전자부품(1611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KOTRA 관계자는 “이란에선 중국산 제품은 인기가 없고, 일본산은 너무 비싸서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높다”며 “중국산이라도 한국 무역회사가 보증을 하면 이란에서 인기가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기업 가운데는 중개 무역회사도 꽤 있다”고 말했다.
원화계좌가 모두 동결되면서 이란으로 수출하는 2100여 개 국내 수출기업은 막막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란 수출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새로운 판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원화결제시스템을 부활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물밑에서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위기가 상당히 완고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중장기적으론 몰라도 당장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게 해당 기업들의 볼멘소리다. 이란 수출 기업 관계자는 “한국 제품이 인기 있는 이란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수출 판로 개척에는 오래 시간이 걸리는데 우리는 당장 올해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