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직구' 열풍…개인 투자도 脫한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들어 월 2兆씩 빠져나가
경제 위축·기업 실적부진 등 영향
큰손들 해외유망株로 '갈아타기'
아마존·MS 등 美주식 집중매수
경제 위축·기업 실적부진 등 영향
큰손들 해외유망株로 '갈아타기'
아마존·MS 등 美주식 집중매수
해외 주식 ‘직구’(직접투자) 열풍이 뜨겁다. 올 들어 해외 주식 투자로 나간 돈이 매달 2조원에 육박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자 상대적으로 유망한 해외 자산을 찾아 돈이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기업의 ‘투자 엑소더스(탈출)’에 이어 개인 투자마저 한국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금액은 64억4349만달러(약 7조5324억원)로 집계됐다. 월평균 16억1087만달러(약 1조8831억원)로, 직전 최대였던 작년의 14억2090만달러(약 1조6610억원)를 넘어섰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대부분이 개인의 직접 주식 거래”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올 1~4월 개인의 미국 주식 투자액은 44억141만달러(약 5조1452억원)로, 전체 매수 규모의 68.3%를 차지했다. 월평균 ‘사자’ 규모는 11억35만달러(약 1조2863억원)로, 작년(월평균 8억8537만달러)에 비해 24.3% 증가했다.
한 증권회사 프라이빗뱅커(PB)는 “1분기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우량주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국내 주식에서 돈을 빼 해외 유망주로 갈아타려는 개인 큰손들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는 올 들어 4월 말까지 14.0%(다우지수)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0%)을 크게 앞섰다.
개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계속 줄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개인들의 월평균 매수 규모는 51조1041억원으로, 작년(68조1690억원)보다 25.0% 쪼그라들었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2년 새 한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개인이 많아졌다”며 “개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면 증시 기반을 약화시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빌빌, 경제는 무기력…개미마저 "한국주식 매력 없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 규모는 64억4349만달러로, 5년 전 같은 기간(28억4537만달러)에 비해 2.2배로 불어났다. 같은 시기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사자’ 규모가 51.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고액자산가들이 주도했던 해외 주식 ‘직구’(직접투자)가 개미 투자자들에게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구남 KB증권 해외주식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개인 ‘큰손’이 자산배분 차원에서 해외 주식을 담았다면, 최근엔 소액투자자들이 마치 국내 주식을 사고팔듯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 대비 월등한 수익률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결코 만만한 게 아닌데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게 의아할 정도”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보 접근성이 국내 주식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현지 통화로의 환전, 수수료 부담 등 불편한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해외 주식 투자가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국내 주식에 비해 월등한 투자수익률이 꼽힌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7.6%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 상승률(17.5%)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3.4%), 일본 닛케이225지수(11.2%)를 밑돈다.
중·장기 수익률은 격차가 더 벌어진다. 최근 1년과 3년간 코스피지수 등락률은 각각 -11.7%와 10.6%다. S&P500은 각각 12.0%와 42.8%에 달한다. -1.0%와 37.8%인 닛케이225에도 뒤진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 본부장은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긴가민가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최근 해외 주식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 직구족은 개별 종목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잘 알려진 종목에만 투자해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미국 아마존(6억8870만달러)은 올해 30.7%, 최근 3년 동안 192.3% 올랐다. ‘마가(MAGA)’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 네 종목의 3년 평균 상승률은 135.4%로 코스피의 10배가 넘는다. 김구남 팀장은 “전문지식 없이 대중적인 종목에만 투자해도 성과가 좋았다”며 “해외 주식 투자 대중화를 불러온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집계한 해외 주식 투자 고객의 1분기 평균 수익률은 19.2%에 달했다. 이 기간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조사 대상 900개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9%다. 삼성증권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보다 나은 성과를 낸 펀드는 세 개밖에 없다.
장기투자할 ‘혁신기업’이 안 보인다
한국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인구가 줄고, 경제활력이 떨어지는데 미래를 이끌 혁신 기업은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는 투자자가 많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몇몇 우량주 말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불안을 느낀 투자자가 많다”며 “이들은 글로벌 1등 기업이나 미래를 이끌 해외 혁신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 상위권을 4차 산업혁명 관련주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생각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 수요도 적지 않다고 PB들은 소개했다. 올 들어 원화 대비 달러가치는 4.8% 상승했다.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선 투자자라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에 환차익까지 거둔 셈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한남WM센터장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한 고액자산가가 많다”며 “환차익까지 바라보고 미국 주식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성현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은 “원화로만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국지적인 경제위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자산 일부분을 달러로 들고 있으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현/임근호/김기만 기자 scream@hankyung.com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금액은 64억4349만달러(약 7조5324억원)로 집계됐다. 월평균 16억1087만달러(약 1조8831억원)로, 직전 최대였던 작년의 14억2090만달러(약 1조6610억원)를 넘어섰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대부분이 개인의 직접 주식 거래”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올 1~4월 개인의 미국 주식 투자액은 44억141만달러(약 5조1452억원)로, 전체 매수 규모의 68.3%를 차지했다. 월평균 ‘사자’ 규모는 11억35만달러(약 1조2863억원)로, 작년(월평균 8억8537만달러)에 비해 24.3% 증가했다.
한 증권회사 프라이빗뱅커(PB)는 “1분기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우량주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국내 주식에서 돈을 빼 해외 유망주로 갈아타려는 개인 큰손들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는 올 들어 4월 말까지 14.0%(다우지수)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0%)을 크게 앞섰다.
개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계속 줄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개인들의 월평균 매수 규모는 51조1041억원으로, 작년(68조1690억원)보다 25.0% 쪼그라들었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2년 새 한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개인이 많아졌다”며 “개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면 증시 기반을 약화시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빌빌, 경제는 무기력…개미마저 "한국주식 매력 없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 규모는 64억4349만달러로, 5년 전 같은 기간(28억4537만달러)에 비해 2.2배로 불어났다. 같은 시기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사자’ 규모가 51.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고액자산가들이 주도했던 해외 주식 ‘직구’(직접투자)가 개미 투자자들에게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구남 KB증권 해외주식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개인 ‘큰손’이 자산배분 차원에서 해외 주식을 담았다면, 최근엔 소액투자자들이 마치 국내 주식을 사고팔듯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 대비 월등한 수익률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결코 만만한 게 아닌데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게 의아할 정도”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보 접근성이 국내 주식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현지 통화로의 환전, 수수료 부담 등 불편한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해외 주식 투자가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국내 주식에 비해 월등한 투자수익률이 꼽힌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7.6%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 상승률(17.5%)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3.4%), 일본 닛케이225지수(11.2%)를 밑돈다.
중·장기 수익률은 격차가 더 벌어진다. 최근 1년과 3년간 코스피지수 등락률은 각각 -11.7%와 10.6%다. S&P500은 각각 12.0%와 42.8%에 달한다. -1.0%와 37.8%인 닛케이225에도 뒤진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 본부장은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긴가민가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최근 해외 주식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 직구족은 개별 종목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잘 알려진 종목에만 투자해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미국 아마존(6억8870만달러)은 올해 30.7%, 최근 3년 동안 192.3% 올랐다. ‘마가(MAGA)’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 네 종목의 3년 평균 상승률은 135.4%로 코스피의 10배가 넘는다. 김구남 팀장은 “전문지식 없이 대중적인 종목에만 투자해도 성과가 좋았다”며 “해외 주식 투자 대중화를 불러온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집계한 해외 주식 투자 고객의 1분기 평균 수익률은 19.2%에 달했다. 이 기간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조사 대상 900개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9%다. 삼성증권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보다 나은 성과를 낸 펀드는 세 개밖에 없다.
장기투자할 ‘혁신기업’이 안 보인다
한국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인구가 줄고, 경제활력이 떨어지는데 미래를 이끌 혁신 기업은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는 투자자가 많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몇몇 우량주 말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불안을 느낀 투자자가 많다”며 “이들은 글로벌 1등 기업이나 미래를 이끌 해외 혁신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 상위권을 4차 산업혁명 관련주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생각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 수요도 적지 않다고 PB들은 소개했다. 올 들어 원화 대비 달러가치는 4.8% 상승했다.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선 투자자라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에 환차익까지 거둔 셈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한남WM센터장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한 고액자산가가 많다”며 “환차익까지 바라보고 미국 주식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성현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은 “원화로만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국지적인 경제위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자산 일부분을 달러로 들고 있으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현/임근호/김기만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