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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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논설위원
![[천자 칼럼]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5/AA.19595490.1.jpg)
동업자들만이 아니었다. 정치권은 ‘일본과 손잡고 민족자본을 말살한다’며 시비 걸었고 해외서도 무모하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예순에 전자산업 출사표를 던진 이병철 회장은 굴하지 않았다. “국가산업 전반을 첨단으로 시급히 재편해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였다. ‘전자공업진흥 5개년 계획’을 가동하며 정부도 세제·금융을 지원했다.
한국의 대기업은 거의 대부분 글로벌 수출기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그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매출 2·3위인 현대자동차와 LG전자의 해외매출 비중은 각각 62.0%, 63.5%다. 매출 7위 SK하이닉스는 97.5%에 달한다.
척박한 한국 경제를 개척한 창업기업가들의 공통적인 슬로건이었던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떠올리게 된다. 정주영 현대 회장은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해외로 나가 성공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가 초지일관한 그의 목표였다. 한화 CJ 등도 ‘기업을 일으켜 나라에 은혜를 갚는다’는 기업가 정신을 언제나 앞세운다. 한진의 창업 이념 역시 ‘수송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수송보국이다.
이런 법인세 실적은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여전하다는 징표다.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다. 슘페터는 “기업가의 기능이 사멸하면 혁신은 관료화되고 만다”고 했다. 기업을 적폐로 모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눈앞의 이익만 재는 2세·3세 기업가들도 새겨야 할 경고다.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