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발사 후 인권 문제 거론하며 FFVD 재확인…수위 조절 관측도
AP "北, 트럼프 의지 시험"…의회 내 '제재 강화' 등 강경론도 부담
시험대 오른 美 대북관여 드라이브…고민 깊어지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일단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 측은 '저강도 도발'로 대미 메시지를 발신한 북한을 향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는 인식을 보이며 다시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려는 모양새이지만, 북한의 '벼랑 끝 전술'로 인해 트럼프식 대북 관여 드라이브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서게 되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북한은 새로운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하면서 차후에 그와 비슷한 행동을 추가로 하는 걸 막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도 함께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최고위 참모들이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서긴 했지만, 북한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미국의 역내 동맹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 복귀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동안에도 북한의 미사일은 계속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이 통신은 풀이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행보를 견제하면서도 맞대응을 자제한 채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신중한 모드를 보였다.

북미협상을 총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5일 방송 인터뷰에서 발사체가 '단거리'라는 점을 들어 신중론을 유지했다.

미측은 이날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북한의 FFVD(최종적이며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는 등 일단 기존의 원칙을 견지했으나 북한에 대한 지나친 자극은 피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미 국무부는 지난주가 '북한 인권 주간'이었던 것과 관련, 이날 모건 오타거스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수십 년 동안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지독한(egregious) 침해를 겪게 했다"며 북한의 인권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작년과 달리 올해의 경우 '북한 인권 주간'이 지나고 나서 그 다음주에 성명을 냈는지는 그 배경은 확실치 않다.

북한인권주간에는 '로 키'를 유지하다가 북한의 발사체 발사 이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뒤늦게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를 건드린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다만 성명 내용을 보면 지난해 들어있던 "최대 압박 작전을 펼쳐가는 동시에 책임이 있는 자들의 책임을 지속해서 물어나가겠다"는 문구는 빠지는 등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일이 FFVD 달성을 위한 방법론에 대해 일치된 입장을 보였다며 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발사체 발사'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북한 관련 최근 진행상황'이라고 원론적으로 표현했다.

비핵화 협상의 진척 속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핵 실험도, 미사일 실험도 없었다.

그저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길 원할 뿐"이라며 실험 유예(모라토리엄)를 업적으로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칫 취임 후 가장 공을 들인 외교분야인 대북정책에서 실책을 인정하는 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미국 국내적으로 대북 관여 드라이브에 대한 역풍에 처하면서 재선 가도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인터뷰에서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 실패 시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긴 했지만, 차기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싱가포르 이전' 즉 '화염과 분노'로 대변되는 거친 수사를 내뱉던 강공으로 회귀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딜레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분간은 '현상유지'에 주력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쪽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북한의 발사체 발사 이후 미 의회 등 조야에서 대북제재등 압박 강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다 트럼프식 대북 관여 드라이브에 대한 비판론도 강화되는 흐름도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추가 움직임 등 이후 향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모드로 선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원 외교위 산하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상원의원이 트윗을 통해 "우리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CVID)를 이른 미래에 평화적으로 달성하려고 한다면 최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에서조차 대북 기조에 대한 궤도수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 과정에서 북측이 200만 달러의 청구서를 요구했고, 미측이 여기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고리로 폼페이오 장관에게 진상규명을 위한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공세를 더욱 강화하는 흐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