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복스 "'ICBM 아니다'는 폼페이오 발언, 北에 추가도발 여지 준 것"
"北발사체 대응, 트럼프는 잘했는데 폼페이오가 실수"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신중한 태도로 대응했지만, 오히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실수'를 했다고 미 인터넷매체 복스가 6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 매체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이 발언이 북한에 추가 미사일 도발 여지를 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지난 5일 미 폭스뉴스의 시사 프로그램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진행자인 크리스 월리스와 인터뷰하는 가운데 나왔다.

월리스가 전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언급하며 북한이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동결) 약속을 어긴 것이냐고 묻자, 폼페이오 장관은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고 있다"고 답했다.

복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용인(green light)한 것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더 큰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구멍'(loophole)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ICBM이 아니어서 괜찮다'고 언급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 즉 북미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어떠한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어긴 북한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실상 북한에 대해 ICBM이 아닌 다른 미사일 실험은 괜찮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복스는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진행될 미사일 시험의 첫 번째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북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교수는 "미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을 ICBM에만 좁은 범위로 적용한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말아야 한다"며 "아군과 역내 동맹군을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고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北발사체 대응, 트럼프는 잘했는데 폼페이오가 실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외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트위터에서도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고 복스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지 13시간이 지난 뒤에야 트위터에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복스는 또 한국 국방부가 북한의 이번 시험에 대해 처음에는 '미사일'로 규정했다가 '발사체'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화나지 않게 하기 위해 북한의 시험(의미를)을 축소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복스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상황을 상당히 잘 대처했다고 평가했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가 이후 대처에서 실수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