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요금인상 권고했지만 '결단' 내리지 않고 있어"
"주52시간 근무제 위한 충원인력 4천명중 3천800명이 경기도에 몰려"
수도권 버스파업 예고…국토부 "해결의 키, 경기도가 쥐고 있다"
전국 버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경기도에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버스 노조가 파업 명분으로 내세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문제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는데, 경기도가 임금인상 등 정부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7일 한국노총 소속 전국 노선버스 노동조합 479곳 중 49.8%(234곳)가 쟁의조정 절차를 거쳐 파업 찬반투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버스 노조는 이르면 이날부터 지역별 찬반투표를 진행해 가결되면 이달 15일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가 모두 포함돼 있어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노조가 파업 불사 방침을 밝힌 것은 7월부터 300인 이상 버스업체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데 따른 것이다.

작년 7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버스 업종에 적용되던 주 52시간 근무 특례가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다.

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임금 감소분 보전과 신규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임금의 30%를 차지하는 시간외수당이 깎여 버스 기사 수입이 월 100만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 업계는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며 해당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역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작년 12월 버스 업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인력 충원을 최대한 지원하고, 지자체에 버스요금 인상을 권고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었다.

국토부는 시외·고속버스 운임 인상 권한이 있지만, 시내버스 요금 조정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 요금 인상을 위해서는 지자체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토부는 당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버스요금이 2015년 이후 동결된 상태여서 요금 인상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미 지난 3월 시외버스 요금을 최고 17%까지 올렸다.

그러면서 경기도 등 지자체에도 버스요금 인상 필요성을 설명하며 정부 대책에 협조해 줄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 버스파업 예고…국토부 "해결의 키, 경기도가 쥐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해 충원이 필요한 인력은 4천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3천800명의 소요가 경기도에 몰려있다.

경기도의 인력 문제가 해결되면 전국의 버스 인력 문제 대부분이 해결되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역시 이상 지자체 대부분은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어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다"며 "경기도의 경우 광역버스는 준공영제가 도입됐지만, 시내버스는 그렇지 않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경기도가 정부 권고대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버스요금을 인상하면 노조의 파업이나 버스 업계 불만 등이 모두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가 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게 국토부 시각이다.

경기도에서도 실무선에서 요금인상안 등 버스 대책이 윗선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이 나서서 설득해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키(key)는 경기도가 쥐고 있다.

인천도 경기도가 요금인상을 결정하면 함께 올릴 방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는 시내버스 요금 조정 권한이 없어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지자체에 전세버스 동원, 택시 부제 해제 등 협조를 구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기도 등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