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까지 수년 동안 해외 주식 ‘직구’(직접투자) 시장에서는 미국 주식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상장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 거래 대상이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알리바바를 더하면 매년 거래 순위 10위권 내에 3~5개 아시아 기업 주식 또는 ETF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고판 해외 주식·ETF 10위권 내 9개가 미국 주식·ETF였다.

올들어 '美 주식 편식' 심해져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은 미국 아마존이다. 올 1~4월 6억9327만달러(약 8104억원)어치가 결제됐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CHINA AMC CSI300 ETF’(5억9841만달러), 뉴욕증시의 ‘아이셰어즈 JP모간 이머징마켓 ETF’(2억3124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개별 종목 가운데엔 엔비디아(5위·2억170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6위·2억177만달러) 알파벳A(8위·1억8271만달러) 애플(9위·1억8154만달러)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민성현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은 “세계 1위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시장으로 가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부자들의 생각”이라며 “투자정보도 풍부해지면서 개인 큰손들 사이에선 국내 주식을 쳐다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는 말까지 회자된다”고 전했다.

미국에 비해 중국·유럽 주식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덜하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유럽 주식은 UBS, HSBC 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안정적인 종목이 많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 큰손들이 덜 선호한다고 한다.

중국 시장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성 매력은 크지만 신뢰도가 떨어지는 기업 회계처리와 공시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승환 미래에셋대우 개봉WM센터 팀장은 “중국 회계제도 등을 불신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알리바바나 텐센트처럼 뉴욕, 홍콩에 상장된 기업 위주로 투자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최근엔 미국 주식에 신규 투자하는 데 부담을 많이 느끼는 분위기”라는 게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의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실적 기준 미국 증시(S&P500)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3.4배로, 중국(상하이종합·1.8배) 영국(FTSE·1.7배) 일본(닛케이225·1.3배)의 두 배 안팎에 이른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