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K 상장 첫날 '손절매'
올해 공모시장 대어(大魚)로 꼽혔던 일본 게임업체 SNK가 코스닥시장 상장 첫날 실망스러운 주가 흐름을 보였다. 뜨거운 공모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기대를 모았지만 주가는 공모가를 10% 이상 밑돌았다. 올 들어 투자심리가 회복됐던 공모주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SNK의 시초가는 7일 3만6400원으로 공모가(4만400원)의 90% 수준에서 형성됐다. 새내기주의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결정되는데 하단에서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7.55% 급락한 3만3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 기준으로 9.9%, 공모가 기준으로 16.7% 손실을 낸 셈이다.

일본에 본사를 둔 SNK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사진)와 ‘사무라이스피리츠’ ‘메탈슬러그’ 등 유명 아케이드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게임업체다. 매출의 60% 이상이 IP 라이선스 사업에서 발생한다.

다른 게임회사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17~18일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317 대 1에 달했다. 공모가도 밴드 최상단인 4만400원에 확정됐다.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도 185 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3조1419억원이 몰렸다. SNK는 보통주가 아니라 주식예탁증서(DR) 420만 주를 상장하면서 1697억원을 조달했다. 기업공개(IPO) 주관은 NH투자증권(대표), 미래에셋대우(공동)가 맡았다.

하지만 상장 첫날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잠잠했던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다시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시초가부터 미끄러지면서 손절매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그동안 분위기가 좋았던 공모주 시장이 꺾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주관사 창구를 통한 매도 물량은 약 100만 주에 달했다.

주관사들도 적잖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주관사 의무매입 주식으로 SNK 6만1800주를 공모가에 인수했다. 전체 25억원 규모다. 해당 물량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 이후 단계적으로 보호예수가 풀린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