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증권시장이 6일(현지시간) 거래를 중단했다. 거래를 관리하는 레바논 중앙은행 직원들이 임금 삭감에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서다. 레바논 정부가 공기업·공공기관 임금 삭감안을 포함한 새 예산안 마련에 나서자 각종 공기관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레바논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레바논 베이루트 증권거래소는 웹사이트에 “거래가 정시에 체결되는 것을 보장할 수 없어 향후 새 고지가 있을 때까지 거래를 정지한다”며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를 가동 중”이라고 공지했다. 갈렙 마흐마사니 베이루트 증권거래위원회장 직무대행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일간 더 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이전에 언급한 이유(임금삭감 등)가 중단될 때까지 증권 거래를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증권시장 상장사는 10개 기업이 전부라 세계 경제엔 별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전체 규모는 약 90억 달러(약 10조 5000억원) 수준이다.

레바논 중앙은행 직원들은 연봉과 복지수당 등이 기존에 비해 약 25%만큼 깎일 수 있다는 정보가 공개된 이후 파업을 결정했다.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 등 레바논 내각이 재정을 긴축하는 방향으로 올해 예산안을 짜고 있는 영향이다. 레바논의 올해 예산안은 내각 검토를 거쳐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다른 기업·기관 직원들도 이미 파업 중이거나 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베이루트항, 레바논 사회보장기금, 주요 국영 전화통신사 등이 파업 중이다. 레바논 내 국영 대학 교수진들은 7일 파업에 돌입한다는 성명을 냈다.

반대 여론에도 레바논 정부는 재정 삭감에 강경한 입장이다. 알하리리 총리는 최근 “레바논이 지금 파산 목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자살행위”라고 했다.

레바논은 세계에서 국가 채무 부담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레바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 비율은 155%로 일본 그리스 바베이도스에 이어 세계에서 국채 비율이 네번째로 높았다. 골드만삭스는 올 초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레바논 채권 회수율이 달러당 35센트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