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위기…뉴욕증시 급락, 코스피 꿈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촉발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0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중국 관영 언론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맞서겠다"고 답하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강행할 수 있다는 월스트리트 금융권의 경고가 잇따르자 7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먼저 주저앉았다. 지난 1월 애플 쇼크 이후 양호한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4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10일 오전 0시 01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산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골드만삭스는 관세인상 가능성을 40%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6,000선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000선이 각각 무너졌다. 다우지수는 473.39포인트(1.79%) 급락한 25,965.09에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48.42포인트(1.65%) 떨어진 2,884.05에, 나스닥지수는 159.53포인트(1.96%) 내린 7,963.76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무역전쟁 우려에 유럽과 국내 증시도 크게 요동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63% 하락한 7,260.47로 거래를 끝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도 1.58% 떨어진 12,092.74까지 밀려 지수 1만2000선이 위협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1.60% 내려 5,395.75로 종료했고, 범유럽지수인 Stoxx 50는 1.78% 빠진 3,401.76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8일 하락세로 출발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25.65포인트(1.18%) 내린 2,151.34에서 출발했으나 일부 낙폭을 회복해 2,160선 전후에서 등락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9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62억원, 143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5.40포인트(0.72%) 내린 748.05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이 356억원, 외국인이 11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중국 고위급 무역 협상단이 9~10일 미국을 방문해 무역협상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중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은 8일 "중국은 줄곧 싸울 생각이 없지만 무서워하지도 않으며 만약 필요하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미중 무역협상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9~10일 미국을 방문하는데 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외부 세계는 이를 통해 중국의 이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증시도 이날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에 약세로 출발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82% 급락한 2,873.14로 출발했고, 선전성분지수 역시 2.09% 하락한 8,899.91로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제프리 건들락은 경제매체 C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관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투자자들에게 "경제와 시장은 탄탄하지만 이번 무역전쟁 우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었다. 안전띠를 단단하게 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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