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5% 부과되면 中서 생산·수출 불가…트럼프는 중국기업 킬러"
생산비용 비싸진 베트남 대신 말레이·인도네시아 등 인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위협에 떠는 중국 수출기업들 사이에 동남아시아로의 공장 이전 열풍이 불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3천250억 달러의 중국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다.

중국 수출 제조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위협에 기겁하는 모습이다.

광둥(廣東)성에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글로리아 류는 "우리 제품은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안심했는데 착각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게임의 규칙을 전혀 따르지 않는 사람으로, 중국 측에서는 이를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25%의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이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광둥성 둥관(東莞)에 공장을 두고 가방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랴오 류는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제조업체 사장들은 이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수면제를 복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탄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해외이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25%에 달하는 관세를 고스란히 떠안다가는 모두 망하는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에 대한) 킬러"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이전 후보지는 베트남이다.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9천600만 명의 인구에 노동자의 질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정부의 경제발전 의지도 강해 중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이 베트남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 1분기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108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2% 급증했다.

하지만 삼성, LG, 인텔 등의 글로벌 기업은 물론 중국의 중소 수출 제조업체들마저 베트남으로 밀려들면서 베트남의 생산비용은 급격하게 오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베트남의 공장 부지 가격은 ㎡당 60달러 수준이었는데, 중국 기업 등이 몰려들면서 지금은 ㎡당 100달러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중국 광둥성의 제조업 부문 인력이 1천300만 명에 육박하는 데 비해 베트남의 제조인력은 아직 1천만 명에 못 미칠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어,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물론 노동력 부족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호찌민에서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는 장뎬성은 "호찌민시 인근에서 노동자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동자를 서로 데려가기 위해 공장들 사이에 싸움마저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토지 가격과 인건비의 상승에 더해 항만 물류의 병목 현상, 도로교통 혼잡,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베트남은 점차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베트남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곳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이다.

말레이시아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해 호주, 캐나다, 일본, 멕시코 등으로 수출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유무역 지대인 바탐 섬을 중심으로 해외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세계적인 가전업체 필립스에 이어 대만 아이폰 조립업체 페가트론이 올해부터 이곳에서 생산을 시작한다.

지난해 공장 이전의 기회를 놓친 중국 기업들은 생산비용이 높아진 베트남 대신 이들 국가로의 이전을 계획하는 모습이다.

중국 광저우의 LED 제조업체 임원인 제이슨 량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려고 계획했다가 무역전쟁 휴전 소식에 이를 연기했다"며 "이제 우리는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으며, 태국, 방글라데시 등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