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접목 가정용 제품 확대
올 매출, 작년 2배 넘는 400억 목표
8일 경기 화성시 장안면에 있는 이비테크에서 만난 이호 사장(59)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이비테크는 LED조명용 컨버터와 이를 장착한 LED조명을 생산하는 업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그 원천기술을 적용한 LED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엔지니어 출신 사장의 혁신
이 사장은 LG산전(현 LS산전) 엔지니어로서 경험을 되살려 컨버터를 직접 설계하면서 원가를 절감했다. 필요한 부품의 단일화를 통해 단가 인하와 생산성 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회사의 체질을 바꿀 수 있었다.
이 사장은 2013년 이비테크를 인수하며 주력 제품을 형광등 안정기에서 LED조명 컨버터로 전환했다. 전력을 적게 쓰면서 수명이 긴 LED조명이 기존 형광등을 대체하는 시장 흐름을 따른 것이었다. 컨버터는 전력을 교류에서 직류로 전환하는 부품으로 LED조명의 수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컨버터를 적용한 LED조명은 에너지의 빛 전환율이 초기 13%에서 60%까지 향상됐다. 형광등 대비 에너지를 70%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된 것.
인수 후 8개월 동안 이 사장은 ‘마른수건도 쥐어짜는’ 식으로 비용을 줄여가면서 컨버터 12만 개를 판매했다. LED조명의 확산과 맞물려 이비테크는 LED 컨버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고장이 적고 효율성이 높은 컨버터라는 시장의 평가 덕분이었다. 2016년부터는 주차등, 안정등과 같은 실외조명을 비롯해 오피스조명과 같은 LED조명 분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LED조명으로 시장 확대
최근엔 컨버터 기술을 기반으로 LED조명에 IoT를 접목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컨버터를 통해 전력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LED조명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 사장은 직접 휴대폰을 꺼내 앱(응용프로그램)을 켠 뒤 사무실 조명을 켜고 끄는 모습을 시연했다. 주파수 가변 방식을 적용한 컨버터를 장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휴대폰으로 밝기와 색깔까지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다.
물론 조명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형광등에서도 안정기를 조절하면 가능했지만 조명의 수명이 짧아지는 게 단점이었다. 밝기 조절이 가능한 타사의 LED 제품도 있지만 이비테크 제품은 가격이 30%가량 싸다. 원천기술 덕에 원가를 줄일 수 있어서다.
이비테크는 에어컨에 장착해 온도에 따라 색을 변화시키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AI스피커로 켜고 끌 수 있는 LED조명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이비테크 매출은 컨버터가 40%, 나머지 LED조명 제품이 60%를 차지한다. 이비테크의 매출은 이 사장이 회사를 인수했던 2013년 37억원에서 2017년 216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지난해엔 195억원으로 후퇴했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각종 인증을 받은 영향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영업이익은 2017년 16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15억5000만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해 이비테크의 영업목표는 매출 400억원에 영업이익률 8% 수준이다.
이 사장은 “올해는 가로등, 보안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가정조명 시장까지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인증을 받아 가로등 공급을 시작했다. 최근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주택에 컨버터를 공급할 수 있는 인증을 받아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화성=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