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골판지업체 태림포장의 주가가 본격적인 매각작업을 앞두고 급등하고 있다. 국내외 제지업체들과 사모펀드(PEF)가 뛰어들어 인수전이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투기세력에 의한 시세조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림포장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와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는 9일부터 국내외 인수후보 10여 곳을 대상으로 투자설명문(IM)을 보낼 예정이다. 매각대상은 유가증권 상장사인 태림포장 지분 70.9%와 태림페이퍼 지분 100%다. IM 발송은 매각작업이 본격화됐음을 뜻한다. 매각 측은 이르면 다음달 예비입찰을 할 전망이다.

태림포장그룹은 골판지를 제조하는 태림포장과 골판지 원료(원지)를 제조하는 태림페이퍼(옛 동일제지)가 주력이다. 2015년 12.1%였던 골판지 시장 점유율이 2017년 16.9%까지 올랐다. IMM PE는 2015년 5월 창업주 정동섭 회장 일가가 보유한 태림포장 지분 58.90%와 동일제지 지분 34.54% 등 태림포장 7개 계열사를 약 3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추가 지분 인수 등을 포함하면 총투자금은 약 4000억원이다. IMM PE는 지난해부터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추진해왔다.

태림포장 실적은 모바일과 온라인쇼핑 등 전자상거래 증가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급성장했다. 2016년 902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2020억원으로 늘었다. 인수합병(M&A) 거래에서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769억원에서 1643억원으로 114% 늘었다.

태림포장을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골판지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어 한솔제지 같은 대기업과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등 경쟁업체들이 일찌감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해외 제지업체와 글로벌 PEF들까지 인수전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전 초기만 해도 예상 매각가격이 7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최근엔 1조원 안팎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수전이 가시화하면서 주가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태림포장의 주가는 이날도 전날보다 16.01% 상승한 7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초 3000원대까지 밀렸던 주가는 장중 한때 8000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짝 수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태림포장 주가를 과도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태림포장은 대주주인 IMM PE와 특수관계인이 발행주식의 70.9%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 물량이 30%도 되지 않아 올 들어 거래량이 10만 주에 미치지 못한 날도 7거래일이나 됐다. 주가가 크게 오른 4월 한 달간 하루평균 거래량은 77만 주였다. 하지만 이날까지 이틀간 거래량이 4553만 주에 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주가 움직임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