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가 해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 사모펀드(PEF)를 조성한다. 600억원은 하나투어가, 나머지 1400억원은 외부 투자자를 구해 함께 투자하는 방식이다. 여행 전문 PEF가 대규모로 조성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해외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에 진출하기 위해 캑터스PE, 미래에셋벤처투자, KDB PE 등 세 곳을 공동 업무집행사원(co-GP)으로 선정하고 펀드에 돈을 댈 유한책임사원(LP)을 모집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조성하는 PEF는 일단 LP를 구한 다음 투자 대상을 찾는 블라인드 펀드다.
하나투어의 PEF 구성 방식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운용한 코파(COPA)펀드와 비슷하다.
하나투어 PEF의 LP 모집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곳은 세 곳의 공동 GP 가운데 캑터스PE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핵심 인력으로 꼽혔던 정한설 대표가 지난해 8월 독립해 새로 차린 회사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국민연금에서 5000억원의 지원을 약속받고 CJ그룹과 함께 코파펀드를 결성해 운용한 경험이 있다. 정 대표가 이번에 하나투어와 코파펀드 스타일의 PEF를 조성하는 것도 이런 경험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에는 국민연금 같은 큰 LP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LP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하나투어는 들어가는 자기자금보다 규모가 큰 투자를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 투자 후 손해를 볼 경우 하나투어가 먼저 손실을 본다. 별도 PEF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하나투어는 최악의 경우에도 투자액보다 많은 손실은 보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국내 여행객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 지금까지 주요 사업모델이었다면 앞으로는 한국이 아니라 제3국에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사업을 할 것”이라며 “조성된 펀드는 현지 업체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여러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