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방치하면 디플레 위험"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사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저물가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데도 가계 부채 증가세 등을 신경쓰느라 기준금리 동결 상태를 유지하다간 장기 불황에 빠질지 모른다고 경고한 것이다.

조 위원은 8일 서울 한은 본관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이후 7년째 목표 수준을 밑돌고 있다”며 “하지만 한은은 물가 관리보다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등 금융시장 상황을 훨씬 더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낮으면 목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 급등 가능성을 우려해 금리를 누르는 데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조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치를 밑도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하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춰 저금리 환경을 악화시키는 ‘축소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 충격이 가해지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조 위원이 우회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연내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