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거치식 주택담보대출(interest-only mortgages) 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품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상업용 모기지 채무추심업체인 트렙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미국의 신규 상업용 주택담보대출 중 거치식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77%로 집계됐다. 1년 전(68%)보다 15%포인트 늘었다.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자가 이자만 상환하다가 만기시점에 원금을 상환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 기준이 느슨해 비우량 금융상품으로 분류된다.

FT는 “거치식 대출에 부분 거치식 대출상품(대출자가 일정 기간 이자만 지불할 수 있는 상품)까지 합치면 올 1분기 전체 신규 상업용 담보대출의 89%에 달한다”며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 상품이 대출자가 연체하기 시작하면 미납 원금이 커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경계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대출을 뒷받침하는 담보물 역시 가치가 떨어져 대출자의 대차대조표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크리스토퍼 웰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회장은 “채무만 굴리고 원금을 갚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인 길로 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미국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부문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모펀드, 보험회사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의 지역은행들의 상업용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2013년 11%에서 현재 17%로 늘었다. 비은행 금융 회사들도 작년 7%에서 올해 10%로 늘었다. 조 맥브라이드 트렙 연구책임자는 “이들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더 느슨한 기준으로, 더 많은 거치식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