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내일 출범 2주년을 맞는다.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고,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다”는 대통령 취임사가 생생하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그제 연 ‘문재인 정부 2주년 정책 콘퍼런스’에서는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치적(治績)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는 75점 이상 주기 힘들다”고 평가했고,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일자리 창출이 아직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에둘러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셈이지만, 국민들의 평가는 훨씬 더 냉정하다. 한국갤럽의여론조사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23%에 그쳤다.

주요 경제지표들은 문재인 정부 2년의 성적표가 어떤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6년 만의 마이너스(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한 게 단적인 예다. 설비투자(-10.8%)는 두 자릿수 감소했고, 수출은 5개월째 줄었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실업상태다. 지난해 일자리사업에 19조2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노인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단기 공공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를 급조해 고용지표를 ‘마사지’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장담했던 성장은커녕 오히려 경제가 쪼그라드는 결과를 빚었다.

‘미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취임연설에서 밝힌 ‘좋은 정부론(論)’을 되새기게 된다. 제퍼슨은 “좋은 정부란 현명하고 검소한 정부”라고 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을 막되 각자 생업에 종사하고 발전하는 일은 간섭하지 않는 게 ‘현명한 정부’요,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펑펑 쓰지 않는 것이 ‘검소한 정부’다. ‘정의’를 외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현명하고 검소한 정부를 통해 진정한 ‘국민행복’을 일궈내는 좋은 정부를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정치지도자는 그저 소신을 주창하면 그만인 ‘신념윤리’가 아니라 객관적 현실을 냉철히 점검한 뒤 행동하는 ‘책임윤리’가 필요하다고 막스 베버는 말했다. 독일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 소속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지지세력이었던 노동조합의 반발에도 노동개혁 정책인 ‘하르츠 개혁’을 밀어붙여 경제부흥의 토대를 닦은 것은 책임윤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책임윤리에 충실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과 소비자 선택원리를 제대로 작동시키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지 끊임없이 돌아보고 다듬어나가는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부의 일탈을 시장경제 전체의 결함으로 일반화하고 오인하는 함정에서도 빠져나와야 한다. 경제는 설계와 명령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가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 법만 만든다”는 말이 더 이상 나와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