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서울법대 졸업한 '엘리트 판사' 출신 스타 정치인
헌정특위 함께 활동…2005년 美 부시 대통령 취임식 함께 참석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원내사령탑에 오른 이인영 의원과 자유한국당의 카운터파트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른바 '배지 동기'다.
2004년 17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한 두 사람은 서로 살아온 궤적이 판이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걸친 의정경험과 경색정국을 조속히 풀어내야 한다는 공통의 상황인식 속에서 나름대로 '호흡'을 맞춰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원내대표는 84학번으로,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특히 '6월 항쟁' 당시 대학생 시위를 이끌며 학생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 차원으로 정치권에 첫 발을 들였고,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반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82학번으로, 판사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으로 통한다.
나 원내대표는 사학재단의 딸로서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서울 법대를 졸업했다.
그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이회창 대선후보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4년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한 뒤 당내에서 대표적인 '스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두 사람은 두 학번 차이로 함께 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운동권의 대표주자로, 나 원내대표는 엘리트 판사로 서로 상반된 삶의 궤적을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17대 국회에 함께 입성한 동기이지만 원내에서는 뚜렷한 접점이 없었다.
이 원내대표는 18대 총선에서 낙선을 하고, 19·20대 총선에서 당선돼 3선 의원이지만, 나 원내대표는 17대부터 20대까지 4선에 성공한 중진의원이다.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아예 인연이 없지는 않다.
지난해 개헌 논의를 할 때 함께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에 몸담은 적이 있다.
또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한반도경제전략연구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1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취임식 참석차 함께 미국을 방문한 인연도 있다.
이런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내일이라도 바로 나 원내대표에게 연락하고 찾아뵙겠다"며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7대 국회에 같이 들어왔다"며 "이 원내대표가 주관하는 국회 연구단체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고 "아무래도 청와대로부터 자유로우니까 좀 낫지 않겠느냐"고 나름대로의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 원내대표 당선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다만 한국당은 민주당이 독단·독주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차질 없는 선거제 개혁 등을 주문해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정신을 망각한 민주당이 독단과 독주를 멈추고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아닌 국민만 바라보면서 국회를 함께 이끌어 나가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인 만큼 국회에서도 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와 합의의 정치를 보여주리라 믿는다"며 "선거제 개혁, 사법 개혁, 민생 개혁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현 정부가 촛불혁명의 기대 위에 만들어진 정부이고, 그래서 촛불 민심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선거제 개혁이 본래 의미의 정치개혁이 되도록 수정합의안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공수처법의 정신이 관철되는 틀 안에서 패스트트랙의 성과를 제대로 이어나가길 당부한다"며 "한국당을 설득해 국회로 복귀시키고 민생 개혁 법안 처리에 능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